미국의 러시아 제재가 본격화하면서 국내기업의 러시아 시장 수익성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과 LG는 스마트폰, 가전, TV·디스플레이 사업에서 성장성이 높은 러시아 시장에 최근 공을 들였다. 하지만 고강도 제재로 인해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 가치가 붕괴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매출 감소는 물론 신규 사업 진출 계획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삼성전자 러시아 법인의 매출(2020년)은 3072억2000만루블(4조4200억원)로 추산됐다. LG전자는 2021년 3분기까지 러시아 등 기타지역의 누적 매출이 1조3885억원에 달했다.
관건은 미국의 반도체 설계 기술이 적용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탑재 스마트폰의 수출 제한 여부다. 삼성전자는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30%(2021년)로 1위다. 인구 1억5000만명에 달하는 러시아 시장에서 수출 제한이 현실화 하면 1위 사업자인 삼성전자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러시아는 삼성전자 TV 판매의 전략적 요충지다. 삼성전자는 모스크바 인근 칼루가 지역에 TV 공장을 가동 중이다. 이 공장에선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 CIS(독립국가연합) 지역의 TV 공급 전반을 책임진다. 러시아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스마트TV 보급 확산으로 한국 스마트TV의 러시아 시장 점유율은 2020년 이후 20%를 훌쩍 넘겼다.
삼성전자는 또 최근 러시아를 포함한 해외 시장 매출의 상당 부분을 비스포크로 채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러시아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은 러시아 내수와 CIS 일부에 공급되고 있어 전체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라면서도 "성장을 기대했던 현지 시장 위축으로 인한 잠재 타격은 불가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도 러시아 지하철에 투명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공급했지만 향후 사업확대가 불투명하다. LG디스플레이는 2021년 10월 시범사업 중인 모스크바 지하철공사의 7호선 차량 창문용으로 55인치 투명 OLED 패널을 설치했다. 투명 OLED 추가 공급 여부를 놓고 시범사업 후 모스크바 지하철공사와 논의를 지속할 계획이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