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러시아 제재가 본격화하면서 국내기업의 러시아 시장 수익성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과 LG는 스마트폰, 가전, TV·디스플레이 사업에서 성장성이 높은 러시아 시장에 최근 공을 들였다. 하지만 고강도 제재로 인해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 가치가 붕괴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매출 감소는 물론 신규 사업 진출 계획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삼성전자 러시아 법인의 매출(2020년)은 3072억2000만루블(4조4200억원)로 추산됐다. LG전자는 2021년 3분기까지 러시아 등 기타지역의 누적 매출이 1조3885억원에 달했다.

2019년 10월 당시 성일경 삼성전자 CIS 총괄 전무(가운데·現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부사장)와 미하일 표트로브스키 러시아 에르미타주 박물관장(오른쪽)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삼성전자
2019년 10월 당시 성일경 삼성전자 CIS 총괄 전무(가운데·現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부사장)와 미하일 표트로브스키 러시아 에르미타주 박물관장(오른쪽)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삼성전자
미국 정부는 24일(현지시각) 반도체·정보통신 등 7분야 57품목에 대해 러시아 수출을 통제하고 미국 기술을 사용한 부품 수출도 막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국내기업은 반도체와 함께 반도체가 들어가는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가전, TV 사업까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관건은 미국의 반도체 설계 기술이 적용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탑재 스마트폰의 수출 제한 여부다. 삼성전자는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30%(2021년)로 1위다. 인구 1억5000만명에 달하는 러시아 시장에서 수출 제한이 현실화 하면 1위 사업자인 삼성전자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러시아는 삼성전자 TV 판매의 전략적 요충지다. 삼성전자는 모스크바 인근 칼루가 지역에 TV 공장을 가동 중이다. 이 공장에선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 CIS(독립국가연합) 지역의 TV 공급 전반을 책임진다. 러시아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스마트TV 보급 확산으로 한국 스마트TV의 러시아 시장 점유율은 2020년 이후 20%를 훌쩍 넘겼다.

삼성전자는 또 최근 러시아를 포함한 해외 시장 매출의 상당 부분을 비스포크로 채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 모스크바 현지 LG전자 전시장에서 배우 글라피라 타르하노바(Glafira Tarkhanova)가 오브제컬렉션을 체험하고 있다. / LG전자
러시아 모스크바 현지 LG전자 전시장에서 배우 글라피라 타르하노바(Glafira Tarkhanova)가 오브제컬렉션을 체험하고 있다. / LG전자
LG전자는 모스크바 외곽 루자 지역 공장에서 가전과 TV를 각각 생산 중이다. LG전자는 러시아에서 세탁기, 냉장고 등 주요 가전 분야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LG전자는 지난해 11월 ‘LG 오브제컬렉션’을 러시아에도 출시하며 공간 인테리어 가전의 해외 진출을 본격화 한 바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러시아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은 러시아 내수와 CIS 일부에 공급되고 있어 전체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라면서도 "성장을 기대했던 현지 시장 위축으로 인한 잠재 타격은 불가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도 러시아 지하철에 투명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공급했지만 향후 사업확대가 불투명하다. LG디스플레이는 2021년 10월 시범사업 중인 모스크바 지하철공사의 7호선 차량 창문용으로 55인치 투명 OLED 패널을 설치했다. 투명 OLED 추가 공급 여부를 놓고 시범사업 후 모스크바 지하철공사와 논의를 지속할 계획이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