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반도체 분야 석학으로 꼽히는 이종호 서울대 공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가 5월 들어서는 윤석열 정부 초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에 올랐다. 윤 대통령 당선인은 그동안 반도체 분야의 중요성을 여러 번 강조했는데, 이런 가운데 이 후보자가 장관 후보자에 올라 관심이 쏠린다. 이종호 후보는 과기정통부 역할에 맞게 미래 사회 변화와 대응에 총력을 쏟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 / 과기정통부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 / 과기정통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0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공동기자회견장에서 5월 들어서는 새 정부 초대 내각 명단을 발표했다. 8개 부처 장관 인선안을 밝힌 자리로,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에는 이종호 교수를 지명했다.

윤 당선인은 이 후보자와 관련해 "세계적인 반도체 기술 권위자다"며 "국내에서 연구한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문제 해결, 과제형 연구개발(R&D) 개편은 물론이고 역동적인 혁신 성장의 토대가 되는 과학기술 발전을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소개했다.

이 후보자, 비메모리 반도체 표준 ‘벌크 핀펫’ 개발…인텔, 애플이 사용료 냈다

이 후보자는 1966년생으로 마산 중앙고등학교 졸업 후 경북대학교 전자공학 학사와 서울대학교 전자공학 석·박사를 각각 졸업했다. 1994년 원광대 전자재료공학과 부교수와 2002년 경북대 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 등을 거쳤다. 2009년부터는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서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 후보자는 1994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초빙 연구원을 거쳤으며 2016년부터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 석학회원으로 있다.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과 과기정통부 소재·부품·장비기술특별위원회 민간위원도 맡고 있다. 반도체 분야 석학으로 이름을 알리면서 국내 반도체 기술 경쟁력 강화에 힘썼다는 평가를 받는다.

원광대 재직 시절인 2002년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3차원(3D) 벌크 핀펫(Bulk FinFET)을 개발했다. 반도체 크기를 초소형으로 줄이면서도 성능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고 전력 효율을 개선하는 기술이다. 글로벌 반도체 소자 기술의 새 장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 비메모리 반도체 업계 표준 기술에 속한다.

2016년에는 이 후보자의 소송 권한을 위임받은 KAIST가 삼성전자, 퀄컴 등이 벌크 핀펫을 무단 도용했다며 미국 법원에 특허침해 소송을 냈다. 1심 결과 삼성전자가 2억달러(2461억원)의 배상 판결을 받았다. KAIST와 삼성전자는 2020년 합의를 통해 소송을 종결했다. 삼성전자가 지불한 합의금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인텔과 애플은 KAIST와 특허 계약을 체결한 후 사용료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맨 오른쪽)가 10일 인수위 공동기자회견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 인수위 홈페이지 갈무리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맨 오른쪽)가 10일 인수위 공동기자회견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 인수위 홈페이지 갈무리
이 후보자, 2021년 윤 당선인 만나 반도체 분야 논했다

이 후보자는 윤 당선인이 2021년 3월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한 후 인연을 맺었다. 윤 당선인은 그해 5월 국민의힘 입당 전 이 후보자가 연구소장으로 있는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를 찾아 네 시간가량 반도체 생산 기술과 연구 인력 양성 등을 주제로 논의를 나눴다. 윤 당선인은 당시 연구소에 있는 반도체 생산 시설을 직접 둘러보며 질문을 할 정도로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윤 당선인은 이후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반도체 분야를 국가 안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관련 기술의 중요성을 여러 번 강조했다. 2월에는 안성과 용인, 성남시를 돌며 진행한 유세에서 "반도체가 우리나라를 먹여 살렸다"며 반도체 분야 육성과 경쟁력 강화를 언급하기도 했다. 앞서 1월에는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를 중심으로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윤 당선인의 대선 공약집에는 전국에 반도체 거점을 세우는 반도체 미래 도시 전략과 정부 선출자, 민간 공동 출자를 포함한 반도체기금(코마테크펀드) 등이 담겼다. 메모리 분야 초격차를 유지하면서 파운드리 분야 선도국을 추월하기 위해 3나노미터(㎚) 상용 기술 확보를 지원하겠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이 후보자 "미래 사회 변화 선도, 대응에 모든 역량 쏟아붓겠다"

이 후보자는 10일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 지명 후 첫 소감문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새 정부의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과기정통부 역할이 미래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미래 사회 변화를 선도하고 대응하는데 제가 가진 모든 역량을 쏟아붓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새 정부의 민관 합동 위원회 구성과 운영으로 과학기술과 디지털 정책 입안 과정에서 민간 참여를 확대하겠다고 전했다. 경제와 사회 전반으로 혁신 활동이 확산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취지다.

과학기술인이 자율성, 창의성으로 도전적인 기초 과학 연구에 열정을 쏟도록 지원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우수한 인재가 양성되는 연구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게 이 후보자 포부다.

또 인공지능(AI)과 메타버스 등 디지털 신사업을 선제적으로 육성해 디지털 대전환 시기에 새로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사이버 보안 대응 체계를 강화해 안전한 국가를 만드는 일도 함께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