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는 환상인가
위정현 저 / 한길사 / 2만5000원

모두가 떠들썩하게 메타버스 혁명을 외치지만 정작 한국 메타버스에는 구체적인 실체나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다. 메타버스 정의도 각자 다른 상황이다. 성공한 메타버스 플랫폼이라 평가받는 로블록스나 제페토, 마인크래프트는 게임 플랫폼이기도 하다. 게임 플랫폼을 제외한 메타버스 성공 모델은 없는 걸까?

메타버스 전문가인 위정현 중앙대학교 다빈치가상대학 학장 겸 경영학부 교수는 메타버스 붐과 관련한 일련의 현상이 혹세무민, 또는 시류 영합적인 인간 군상 행태라고 평가한다. 일부 교수나 언론, 정부 기관과 컨설팅 기업이 메타버스를 부풀려 일종의 버블을 형성한다는 설명이다.

위 교수는 이같은 상황에서 대체불가능토큰(NFT)과 가상 부동산, 가상화폐 등과 맞물린 여러 형태의 메타버스 버블의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했다. 저서인 ‘메타버스는 환상인가’를 통해서다. 10여년 전 메타버스 1.0으로 꼽히며 세상을 흔든 세컨드라이프가 왜 실패했는지, 과거 실패 교훈에서 배우려 하지 않는 한국 사회에 일침이 될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총 다섯 장으로 구성한 책에서 1장과 2장에 ‘메타버스라는 유령’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공공기관과 기업이 구축하는 메타버스가 왜 폐허가 되는지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저자는 해당 장에서 세컨드라이프나 IBM, 소니, 시스코, 델이 왜 메타버스 사업에서 실패했는지 날카롭게 분석했다. 과거에 공격적으로 메타버스 구축을 시도했던 글로벌 IT 기업일수록 현재의 메타버스 버블과 거리를 둔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3부는 메타버스라서 발생하는 범죄와 사회적 갈등을 다뤘다. 메타버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살인과 폭행, 청소년 대상 성범죄, 결혼과 불륜 등의 윤리 문제가 대상이다. 지식재산권 침해와 가상 부동산 버블 등의 문제도 포함했다. 메타버스가 가상 공간이기에 범죄나 사회 갈등이 더 심각할 수 있다는 게 저자 평가다.

4부는 미래 메타버스 사회를 이끌고 갈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 출생한 Z세대 통칭)를 분석했다. 저자는 MZ세대에게 메타버스가 호기심이나 동경의 대상이기보단 삶의 일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포트나이트와 동물의 숲, 하츠네 미쿠의 홀로그램 콘서트 등의 분석을 통해서다.

5부는 메타버스가 사회적으로, 산업적으로 성공하려면 어떻게 활용돼야 하는지 방법을 다뤘다. 메타버스가 현실 세계나 현실의 인간관계를 그대로 복제, 인식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저자 평가다. 기성세대의 사고 틀에 기반해 MZ세대 메타버스를 재단해선 안 된다는 조언도 더했다. 저자는 메타버스가 새로운 인간관계, 새로운 조직 관계, 새로운 사회관계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저자인 위 교수는 게임과 메타버스, 인터넷 비즈니스 연구에서 세계적인 권위자다. 게임 기반 교육인 G러닝의 창시자로 미국 최대 교육 평가 연구소인 UCLA CRESST와 공동으로 미국 LA 공립 학교에 G러닝을 도입한 바 있다. 서울대 경영학 학사와 도쿄대 전략경영학 석·박사를 졸업했다. 2008년 일본어로 출간한 ‘일본재생론'에서 일본 기업이 IT 시대 적응에 실패해 쇠락할 것임을 예측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