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이 디지털화의 일환으로 무인점포 설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서울 시내에 존재하는 4대 은행의 디지털 점포는 총 10곳. 국민은행 1곳, 신한은행 6곳(디지로그 브랜치 미포함), 하나은행 1곳, 우리은행 2곳 등이다.

지점을 없앤 자리에는 키오스크를 비롯, 각종 디지털 기기와 함께 전담직원이 일부 배치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편의점과 마트 귀퉁이에 임시 지점을 만들어 ATM, 화상상담 창구, 스마트 키오스크, 지능형 자동화 기기(STM) 등으로 구성됐다. 이 곳에서 본사 상담직원과 연결이 가능한 화상상담 창구로 예금 입출금이나 통장 재발급 등 업무를 수행한다.

지난주 신한은행 GS더프레시 광진화양점, 하나은행 CU마천파크점, 우리은행 디지털익스프레스 구일점에 직접 방문해 이른 바 디지털 점포 체험을 해봤다. 창구는 3개 은행 모두, 프린터기, 스크린, 터치 패드, 신분증 투입구, 손바닥 인식기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은행별로 큰 차이는 없었다. 개인정보를 입력하는 터치패드의 기술력이나 화상상담 직원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 사용하는 마이크 형태 정도가 다를 뿐이다.

처음 시도하는 화상업무라 그런지, 업무 진행 속도가 더디기만 했다. 속도가 생각만큼 안나오자 화면 속 직원이 개인정보를 원격 입력해 주기도 했다. 그렇다 보니 예금통장 개설과 손바닥 등록에만 1시간씩 걸리기도 했다. 한 곳에서는 손바닥 등록을 하는데 10분에서 15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등 누구를 위한 은행 업무인지 분간하기 힘들었다. 화상상담 창구가 한 개 뿐이라 금세 줄이 생기는 등 신경 쓰이는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은행은 고객이 업무에 어려움 겪는 경우, 바로 화상상담 안내직원과 연결해 도움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디지털 창구 이용은 MZ세대에게도 낯설고 쉽지 않은 과제다. 그나마 젊은이들은 몇 번의 설명만으로 빠르게 디지털 창구에 적응해나간다.

문제는 어르신들이다. 안내 직원이 일부 있긴 하지만, 이들은 상주 인력은 아니다. 은행권이 무인점포 위주로 디지털 점포를 늘리기로 한 만큼, 디지털 소외계층인 노년층의 난관이 예상된다. 지난주 방문한 지점에서 마주한 노인들은 화상상담 창구가 비어있어도, 사람 직원의 안내를 받기 위해 대면창구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지금의 은행 지점은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이 추적한 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이 지난 4년 동안 없앤 지점수만 500여개에 달한다. 오는 7월까지 50여곳이 더 사라질 예정이다. 그 자리에는 ‘공동점포'와 ‘디지털 점포’가 꾸려진다. 지금의 디지털 점포에 평소 대면 창구를 주로 이용하는 노년층이 적응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은행권의 올해 최대 목표는 디지털 전환(DT·Digital Transformation)이다. 이를 핑계로 무작정 기존 지점을 없애고 디지털 창구를 늘리는 데 집중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늘어나는 화상상담 창구만큼, 노년층의 금융 진입장벽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디지털 금융에 소외된 금융 취약계층에게 ‘화상상담이 가능하니 디지털 점포에 방문하라’는 접근 방식이 유일한 해답은 아니었으면 한다.

박소영 기자 sozer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