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면서 블록체인, 암호화폐(가상화폐)와 관련된 금융범죄와 사기사건이 급격히 증가했다. 해킹이나 디도스 공격이 이뤄진 후 그 대가로 비트코인을 요구하는 경우다. 집계조차 되지 않은 피해자가 상당하며, 피해 발생도 계속 이어진다.

규제당국이 암호화폐 산업을 백안시하고 거래소에 부정적인 자세를 취하는 이유도 이러한 금융범죄 탓이다. 이에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사칭한 사기 유형을 몇 가지로 구분해 총 4회에 걸쳐 소개한다.

[최화인의 디지털경제] 기술이 발전하면 범죄도 발전 : ①암호화폐를 내세운 금융범죄 유형
[최화인의 디지털경제] 기술이 발전하면 범죄도 발전 : ②암호화폐를 내세운 금융범죄 유형
[최화인의 디지털경제] 기술이 발전하면 범죄도 발전 : ③암호화폐를 내세운 금융범죄 유형

9. 페이먼트 결합

페이먼트와 결합한 사기 유형은 올 초부터 등장했다. 페이먼트가 디지털화폐시장 주도권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또 JP 모건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이 이 시장에 뛰어든다는 기사도 한 몫을 했다.

이 사기 유형은 대체로 ‘OO페이’라는 이름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이들은 특이하게도 업체가 만든 지갑 어플을 다운받아 이용하도록 유도한다. 매개가 되는 건 자체 발행 스테이블 코인이다. 코인사기가 페이먼트까지 결합시킨 구조로 진화한 셈이다.

방식은 가맹점 등을 이용한다. 해당 코인을 구매해 결제하면 결제금액 80%를 현금으로 돌려준다. 결국 100원을 20원에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는 식이다. 상식적으로 수익이 발생한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데도 상당수 피해자가 발생한다.

이 유형은 사업 초기 피해자가 코인을 구매하도록 유도한다. 피해자가 보유한 코인이 많을수록 인센티브도 많다고 유혹한다. 그러나 일정 시간이 지나면서부터 피해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이용 가능했던 서비스와 상품구매가 안된다. 피해자는 항의해 보지만 이를 일시적인 시스템 상 문제라고 속이면서 또 다른 보상을 약속한다. 최근 유사한 피해가 지속 발생함에도 다른 지역에서 동일한 사기가 계속 진행된다.

이외에도 채굴투자 권유나 코인을 빌려주면 거기서 발생한 투자수익을 나눠주겠다는 등 다양한 사기방식이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해 동안 다단계 금융사기 신고건수 889건 중 수사의뢰가 들어온 것은 139건이다. 이중 암호화폐 관련은 44건(31.7%)로 2017년 대비 12.8%가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사수신 관련 신고내용. / 금융감독원 제공
유사수신 관련 신고내용. / 금융감독원 제공
지금까지 총 4회에 걸쳐 살펴본 결과, 암호화폐 관련 금융사기 기법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대체로 업계 최신 흐름과 첨단 금융기법을 내세우고 유명 연예인이나 정관계 유력자 친분을 마케팅에 활용한다. 그리고 자체발행 코인이 곧 해외 유명 거래소에 상장될 것이라고 광고한다. 글로벌 금융기업이라고도 선전한다. 하지만 관련기사를 검색해보면 동영상과 광고성 기사 몇 개가 전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단기간에 정확한 투자수익을 제시하며 원금보장을 약속한다. 그렇지만 약정한 날짜에 투자금과 수익금은 지불하지 않는다. 만약 투자금 환불을 요구하면 시스템 다운이나 규제기관 계좌동결 등을 내세우고 지체한다. 간혹 피해자 대책방안을 마련한 것처럼 ‘손실을 만회하자’고 내세우며 유사한 방식의 투자를 다시 권유하기도 한다.

◇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

어떻게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을까. 암호화폐 관련 투자를 권유받은 곳이 투자사기 업체인지 여부를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http://fine.fss.or.kr/)’을 통하는 것이다. 여기서는 제도권 금융회사인지 확인이 가능하다. 검색창에 ‘파인’이라고 입력하면 해당 사이트로 안내한다. 여기서 검색되지 않으면 제도권 금융회사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유사수신 등 금융피해자 신고 및 정보교류 커뮤니티인 백두산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이 곳에서는 해당업체 피해자 정보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백두산은 금액별로 피해사례를 구분한다. 피해자에게 실제적인 구제방식을 제공하지는 않지만, 투자 전 범죄방식이나 피해유형을 확인할 수 있다.

충분하지 않지만 일단 두 사이트에서 기본적인 내용을 확인한 뒤, 기업이름과 주요 임원진을 포털사이트에서 충분히 검색해 보길 권한다. 전력이 공개되지 않았거나 백서에서 제시한 수익모델이 이해되지 않는다면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투자를 잘해서 자본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있는 돈을 지키는 것도 투자의 한 방법이다.

금융이 디지털화되면서 더 다양한 방식의 금융사기가 등장할 전망이다. 기술맹(盲)들은 다양한 금융범죄 표적이 된다. 있는 재산도 지키기 어렵다. 우리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또 하나 늘어난 셈이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최화인 한국블록체인협회 블록체인캠퍼스 전(前) 학장은 연세대에서 학사와 문학 석사를, 성균관대에서 행정학 박사를 받았다. 한국블록체인협회에서 블록체인캠퍼스 학장·자율규제위원회 규제위원·자문위원을 맡아 거래소 자격심사,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에 관한 정책대응 및 교육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현재는 금융감독원 블록체인 발전포럼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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