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2025년까지 대형 OLED 라인 13.1조원 투자
8세대 LCD라인 단계적 OLED 전환 병행도
소형 이어 대형 OLED도 주도권 확보하겠다는 야심
LG 역시 한국·중국 라인 증설 및 LCD 구조조정 돌입
주력 디스플레이 LCDOLED로 급속 재편 신호탄
중국 LCD에 빼앗긴 디스플레이 패권 되찾을 회심의 카드
국내 소재·부품·장비 생태계 구축 관건실수 되풀이 없어야

차세대 고화질 TV 필수 부품 ‘OLED’ 시장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의 투자 경쟁이 본격화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10일 충남 아산 ‘QD(퀀텀닷, 양자점 물질)디스플레이’ 생산 공정에 13조1000억원 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앞서 LG디스플레이는 라인증설과 구조조정을 통해 OLED 체제 전환을 선언했다.

韓 디스플레이 업계, 대형 OLED에 수조원 투자 계획 연이어 발표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날 충남 아산캠퍼스에서 ‘신규 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을 열었다. 문재인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 총 13조1000억원 규모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5년까지 QD 디스플레이 생산시설에 10조원, 기술 연구개발에 3조1000억원을 각각 투자한다. 세계 최초 QD 디스플레이 양산라인 ‘Q1’도 구축한다.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생산 공장 전경. /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생산 공장 전경. /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번 투자를 통해 대형 디스플레이 개발 방향을 LCD에서 QD로 전환한다. 2021년 초 Q1을 가동해 65인치 이상 대형 QD 디스플레이를 3만장(8.5세대) 가량 생산한다는 목표다. 기존 8세대 LCD 라인도 단계별로 QD 생산 라인으로 전환, 2025년까지 생산능력을 확대한다.

QD 디스플레이 신기술의 상용화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분야 인력을 QD 분야로 전환 배치한다. 재료연구, 공정개발 전문 인력도 신규 채용한다. 삼성디스플레이의 투자가 본격화되면 5년간 약 8만1000개의 일자리도 나올 전망이다.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자연색에 가까운 빛을 내는 반도체 입자 QD는 대형 디스플레이 산업의 미래 성장 비전"이라며 "이번 투자를 통해 프리미엄 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도하겠다"고 말했다.

양사 로고 / IT조선 DB
양사 로고 / IT조선 DB
LG디스플레이는 지난 7월 3조원 규모의 대형 OLED 투자 계획을 밝혔다. 아울러 OLED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구조조정에도 돌입했다. LCD 사업 임원 및 담당 조직을 25% 축소해 OLED 분야로 전환 배치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8월 중국 광저우에 대형 OLED 패널 공장을 완공하고, 본격적인 OLED 생산 돌입을 알리기도 했다.

중국 광저우 공장에서 LG디스플레이는 TV용 대화면 8.5세대(2200 x 2500㎜) OLED 패널을 생산한다. 월 OLED 패널 생산규모를 2019년 8월 기준 7만대에서 2020년 16만대로 늘린다. 경기 파주 소재 10.5세대 OLED ‘P10 공장’을 2022년 가동하면 LG디스플레이의 대형 OLED 생산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LG vs 삼성, 대형 OLED 및 TV 주도권 경쟁으로 중국 추격 뿌리친다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전망  /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제공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전망 /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제공
대형 OLED의 전망은 밝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가 발간 ‘2019년 2분기 디스플레이산업 주요 통계’에 따르면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OLED의 비중은 2018년 20.5%에서 2025년 40.2%로 크게 늘 전망이다. 대형 OLED 기술과 생산 능력을 확보한 기업이 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측한다.

애플리케이션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전망  /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제공
애플리케이션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전망 /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제공
대형 OLED는 비싸고 만들기 어렵다. 수익과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기술로 꼽힌다.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LCD 시장 점유율을 높인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은 아직 대형 OLED를 만들지 못한다.

대형 OLED가 가장 많이 쓰일 곳은 TV다. LG디스플레이는 OLED에 선제 투자해 TV용 대형 OLED 시장을 선점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2013년 대형 OLED TV 양산을 시도했다가 수익성 문제로 중단했다. 이번 투자로 미래 성장 동력인 대형 OLED 생산 라인을 갖추게 된다. 2022년 판매량 1000만대 고지를 밟을 것으로 예상되는 OLED TV 시장(IHS마킷 조사 기준)도 공략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과의 격차를 벌릴 수 있다.

일각에선 대형 OLED 시설 및 연구개발 투자만으로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기업 위주의 기술 생태계가 아닌, 중소·중견 기업과 산·학·연의 장점만 발휘하는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해야 중국 업계를 따돌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일본과 독일, 미국 등 선진국에 거의 의존해야 하는 핵심 소재·부품·장비 자립화도 이참에 병행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래야 일본 소재 수출 규제와 같은 뜻밖의 리스크 탈피는 물론이고 선진국 소재·부품·장비 업체와의 가격 협상력도 높일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이날 행사에서 소재·부품·장비 기업 20개사와 맺은 상생협력 협약이 남다른 의미를 지닌 이유다. 삼성은 공급망 안정화와 원천기술 내재화, 부품경쟁력 제고 및 신기술 유출 방지를 위해 사업 초기부터 후방 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한다. 잉크젯 프린팅 설비, 신규 재료 개발 등 QD디스플레이 양산기술 확보를 위해 관련 업체들과 파트너십도 확대한다고 강조했다.

중앙과 지방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 일자리뿐만 아니라 산업 유발효과 등 부가가치가 높은 핵심 산업이다. 생산기지가 해외로 이주하지 않도록 하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배려가 당장 이뤄져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민간 투자가 꾸준히 이뤄지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기업 애로사항을 듣고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수요-공급기업 간 경영 안정과 기술개발을 위한 상생펀드와 함께 2025년까지 1598억원을 들여 디스플레이 혁신공정센터도 만들겠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경쟁국의 추격, 일본 측의 수출규제 등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대형 디스플레이를 포함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