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AI는 내 친구] ③ 가르칠 교수부터 키워라

입력 2020.01.28 06:30

① AI 퍼스트 "늦었다. 지름길부터 찾자" ② 대통령이 앞장서라 ③ 가르칠 교수부터 키워라

교수도 AI 몰라…가르칠 사람부터 교육을
대학 학과 개설하면 돈 주는 정책 한계
‘공무원이 돈 푸는 방식’ 실효성 낮고 혼란만 가중
정부 이끌기보다 방향 잘잡아야
업계 "양질의 공공데이터가 가장 절실"

"가장 시급한 것은 교수를 교육하는 일입니다. 교수도 잘 모릅니다. 인공지능(AI)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교수는 20~30명에 불과합니다. 컴퓨터사이언스를 다루던 교수도 최근 경향을 집중적으로 공부하지 않으면 AI에 대해 잘 모릅니다"

김진형 중앙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는 정부가 한국 AI 수준을 높이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묻자 이렇게 답했다.
2019년 11월, IT조선이 주최한 대한민국인공지능대상에 참여한 김진형 교수의 모습. / IT조선 DB
김 교수에 따르면 구직·실직자를 위한 AI 교육 프로그램은 이미 많다. 문제는 품질이다. 단기 교육을 진행하더라도 구직자가 대기업에서 양질의 직업을 구할 수준까지 오르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교수를 가르칠 수 있을 정도의 전문가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한국에 온 1985년쯤에도 한국은 비슷한 상황이었다. 컴퓨터가 중요하다는데 실제 대학에서 이를 다룰 수 있는 교수는 적었다. 한국은 당시 교수 등 전문 교육자 계층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컴퓨터 문화를 정착시켰다.

그는 "이제 경영대학 등 다양한 분야 교수도 AI를 다뤄야 하는 시대로 이들을 위한 강좌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며 "좋은 구성으로 교수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교육 프로그램을 확립하고, 교육자를 다수 양성한 이후에는 가르침을 더 많은 사람에게 퍼뜨리기 용이하다. 김 교수는 "교수가 교수를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교육자를 양성하고, 이들이 교사·학생을 교육해 전파하는 방식이 가장 좋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2019년 5월 CJ올리브네트웍스는 전직원을 대상으로 AI 교육을 진행했다. / CJ올리브네트웍스 제공
그는 기업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대기업에서 최근 전직원을 대상으로 AI 관련 교육을 진행하는데, 준비된 교육자가 없어 품질이 높지 않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기업 내 생산성 본부 등 교육 기관을 중심으로 수준 높은 교육을 진행할 수 있는 정비 지원이 필요하다"며 "기업이 직원을 교육에 투입할 때 생기는 재정적 부담을 지원하는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 교수는 정부가 국민을 위한 목표, 비전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인재 양성·교육 분야 외에 정부가 특정 과제를 만들거나 참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일레인 차오 미국 교통국 장관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도 강조한 얘기다.

김 교수는 "정부가 ‘AI로 국민의 건강을 챙기자’처럼 국민을 위한 목표를 세우는 것은 좋지만, 특정 기술을 지목하는 행위는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AI는 어떤 문제든 해결하는 마술탄환이 아니므로, 정부가 AI로 실제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명확히 하고 큰 목표만 정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지금 하는 것처럼 원자력은 안되고 특정 기술은 된다고 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경쟁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레인 차오 미국교통국 장관 / 미국교통국 유튜브 갈무리
그동안 AI 관련 교육을 지원하는 정책이 많았지만 성과가 날 수 없는 잘못된 정책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 교수는 "몇몇 기업을 모으고 정부가 돈을 대 기술을 개발한 뒤 이를 외국에 파는 옛 방식으로 AI에 접근한 사례가 많지만 성공한 것은 없다"며 "AI 영역은 소위 말하는 ‘공무원이 돈을 푸는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잘못된 정책 중 하나로 AI 관련 독립 학과를 설립하면 돈을 지원하는 정책을 꼽았다. AI를 다루고 있는 학교는 컴퓨터사이언스 관련 학과에서 이미 다루는데, 이 학과를 갈라 새로운 학과를 만들어야만 지원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AI를 다루지 않던 대학도 지원금 때문에 혼란에 빠졌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일부 학교는 AI를 원래 다루던 사람이 아닌데도 책임자 자리에 오른 사례도 있다.
조성배 연세대 교수. / IT조선 DB
조성배 연세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는 모든 나라, 산업에서 그렇듯 실효성 있는 정책과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조 교수는 "정부 주도로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한국 정서상 도와줄 것으로 보이지만, 실효성은 낮다"고 말했다.

그는 "전시회나 컨퍼런스 방식은 개최해도 실제 기술 발전에는 임팩트가 없는 것 같다"며 "정부에서 명사를 모시고 여러 시도를 이어가지만 ‘보여주기식’에 그치는 것 같아 아쉽다"고 평가했다. 조 교수는 이어 "인식·저변확대에는 도움되는 프로그램이 있으나, 정작 연구나 역량을 크게 향상하는 프로젝트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AI 시대에 ‘덩치 큰’ 조직을 만들어 ‘둔하게’ 움직이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 교수는 "기업은 국가를 돕기 위해 AI를 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필요하기 때문에 반드시 한다"며 "AI 역량을 키울 때는 대기업이든 스타트업이든 기업 단위로 발 빠르게 움직여야하는데 너무 덩치가 커지면 이것이 어려워진다"고 분석했다.
신승식 블루프린트랩 대표. / 오시영 기자
AI 스타트업 대표들이 생각하는 정부의 역할은 어떨까. AI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양질의 데이터다. 안면인식·가상피팅을 주로 다루는 신승식 블루프린트랩 대표는 정부 차원에서 이용자 동의를 얻고 공공으로 데이터를 모아 제공할 수 있다면 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중국 안면인식 스타트업을 만나보니 중국은 공안에서 얼굴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하고 이를 기업에 제공한다"며 "한국은 그게 불가능해 카카오, 네이버 등 기업들이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미지 인식 기술 기반 쇼핑앱을 운영하는 강성추 스타핑 대표는 "정부 차원에서 소규모 AI 스타트업이 기술을 선보일 자리를 마련하거나, 언론에 노출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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