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탐사 로봇 큐리오시티 로버가 찍어 보내온 18억화소 화성 표면 파노라마 사진이 화제다. 숱한 카메라들이 인류가 사상 최초로 달에 발을 딛은 1969년부터 반세기 동안 신비와 영광의 순간을 기록했다.

우주로 떠나 지구와 달, 천체 사진을 찍어 보내온 디지털 카메라들. / 차주경 기자
우주로 떠나 지구와 달, 천체 사진을 찍어 보내온 디지털 카메라들. / 차주경 기자
새로운 천년, 2000년대에 들어서는 필름 카메라 대신 디지털 카메라가 우주로 진출해 사진을 찍었다. 고성능·고화질 디지털 카메라 덕분에 인류는 더 선명한 사진, 더 멀리 있는 천체, 더 생동감 넘치는 우주 동영상을 볼 수 있게 됐다.

인류 최초 달 발걸음 찍은 핫셀블라드, 40년째 우주정거장 담는 니콘 D 시리즈

인류 최초의 달 착륙 사진. / 핫셀블라드 제공
인류 최초의 달 착륙 사진. / 핫셀블라드 제공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를 타고 떠난 우주인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은 사상 최초로 달을 밟은 인물이다. 이들은 달에 도착해 핫셀블라드 500EL 카메라에 자이스 비오곤 60㎜ F5.6 렌즈를 마운트하고, 카메라를 가슴에 장착해 달과 지구 사진을 찍었다. 핫셀블라드 필름 카메라는 지금까지도 40년 이상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함께 일한다.

니콘은 1971년부터 NASA와 손 잡고 우주용 카메라를 개발해 공급했다. 니콘 필름 카메라 FTN이 우주용으로 개조돼 아폴로 15호 우주선을 탔다. 1991년 니콘 F4, 1999년 니콘 F5 등 고급 필름 카메라들이 우주선용 카메라로 활약했다.

우주는 극한 환경이다. 중력과 산소가 없다. 온도도 태양 빛이 닿는 곳의 온도는 120℃를 넘고 그늘진 온도는 영하 65℃까지 내려갈 정도로 크게 변한다. 필름 카메라는 내부 구조가 비교적 단순해 우주에서도 무난하게 사진을 찍는 도구로 사용할 수 있었다.

니콘 D5가 촬영한 지구 영상. / 니콘이미징코리아 제공

디지털 카메라의 구조는 필름 카메라보다 훨씬 복잡하다. 전기 기기인 만큼 온도 변화를 비롯, 각종 위험에 민감하다. 필름 카메라 구조에 디지털 기능을 더한 DSLR 카메라가 우주에 진출할 카메라로 낙점됐다.

NASA는 디지털 카메라 시대에 니콘을 선택했다. 2008년 니콘 D2Xs 6대, 2009년 D3s 11대, 2013년 D4 38대와 2016년 D4s 10대가 우주선에 실렸다. 이 전통은 2017년에도 이어져 니콘 D5 53대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활약 중이다.

니콘의 라이벌 캐논은 2013년 우주에 동영상 촬영용 시네마 카메라를 올려보냈다. 태양으로 달려가던 혜성 ‘아이손’을 4K UHD 동영상으로 담기 위해서다. 캐논 영화 촬영용 시네마 EOS C500PL이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아이손 혜성을 근접 촬영했다. 아이손 혜성은 촬영이 끝난 후 붕괴돼 다시는 볼 수 없다.

캐논 시네마 EOS C500으로 찍은 ‘아름다운 행성’ 제작 영상. / 캐논 유튜브

2016년에는 캐논 시네마 카메라 EOS C500과 EOS 1D C가 함께 우주에 나갔다. 대기권에서 지구를 4K UHD 해상도에 아이맥스(1.43:1) 비율 동영상으로 촬영한 영화 ‘아름다운 행성’을 만들기 위해서다.

아름다운 행성의 감독 제임스 네일하우스(James Neilhouse)는 "캐논 EOS C500은 우주에서 사용하기 완벽한 시네마 카메라였다. 앞으로 나올 캐논의 8K 비디오 카메라의 가능성에 정말 흥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테크윈도 우주 역사 한 몫…가상현실 지구 사진 담은 리코이미징

우주로 떠난 디지털 카메라의 역사 한 페이지에는 한국 삼성테크윈의 이름도 있다. 2008년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이 소유즈 우주선에 가지고 탈 디지털 카메라로 삼성테크윈 DSLR 카메라 GX-10,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 블루(VLUU) NV11이 선정됐다.

삼성테크윈 GX-10. / 삼성테크윈 제공
삼성테크윈 GX-10. / 삼성테크윈 제공
삼성테크윈 GX-10은 펜탁스 DSLR 카메라를 토대로 만든 제품이었다. VLUU NV11은 독자적 조작계와 슈나이더 렌즈를 탑재한 콤팩트 카메라다. 이 두 제품은 러시아 우주선 및 우주정거장 담당기관으로부터 1년간 성능 검증을 받은 후 우주에 진출했다.

필름·디지털 카메라, 시네마 카메라에 이어 가상현실(VR) 카메라도 우주로 떠나 360º 전방위 가상현실 사진을 담는다. 주인공은 리코이미징이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 JAXA와 함께 가상현실 디지털 카메라 세타(THETA)를 우주용으로 개조했다.

2019년 9월 25일, 우주스테이션 보급 로켓에 리코이미징 세타가 실렸다. 2019년 9월 28일에 도착한 이 카메라는 국제우주정거장과 지구의 모습을 가상현실 사진으로 담았다. 이어 1월 6일 JAXA가 우주로 쏘아올린 관측 로켓에도 리코이미징 세타 우주 개조형이 장착됐다. 2일 리코이미징은 관측 로켓에 실린 세타 우주 개조형이 찍은 사진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리코이미징 세타가 촬영한 우주 로켓과 지구의 가상현실 사진은 이곳(링크)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