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 뜻 반영한 국회, 오랜만에 ‘비판’ 한 목소리
구글측 반발에도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 강행 의지

국회가 구글에 제대로 칼을 겨눴다. 독과점 지위를 이용 수익 창출에만 여념없는 구글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반응이다. 여야가 오랜만에 뜻을 같이하고 구글 무릎 꿇리기에 나선 모양새다.

22일 국회는 마치 한판 결전을 보는 듯했다. 시작은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이었다. 국회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인앱결제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IT 공룡 구글에 화력을 집중했다.

이에 대한 구글측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국회가 추진 중인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을 두고 수익 정책 변화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것. 의원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일부 의원은 "겁박하는 거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임재현 구글코리아 전무 / 국회의사중계시스템 갈무리
임재현 구글코리아 전무 / 국회의사중계시스템 갈무리
증인으로 출석한 임재현 구글 코리아 전무는 국회의 ‘인앱결제 방지법’ 입법을 두고 불만을 토로했다. 홍정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공정위와 방통위가 조치를 내리면 구글이 준수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임 전무는 ‘불가능하다’고 입장을 나타낸 것.

임재현 전무는 "한국 정부가 구글의 인앱결제 정책을 법으로 막는다면 구글은 이를 준수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전 세계 어디서도 이런 법안이 통과된 적 없으며,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면 이용자와 개발자에게 책임을 지게 하기 위해 저희의 비즈니스모델(BM)을 생각해봐야 하지 않나 하는 우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무는 인앱결제 강제로 개발자들의 피해가 크지 않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97% 개발사가 이미 채택하고 있고 3%만이 임팩트(영향)를 받는다"며 "국내는 1% 미만인 100개 이내 개발자들만 영향이 있다"고 답했다.
수수료를 30%로 책정한 근거에 대한 질문에는 "프로그램 개발 툴을 제공해 개발자들의 안전한 개발과 출시를 돕는다"며 "이용자 입장에서도 100여가지를 통합한 결제 수단을 지원해 환불 등 고객관리 측면에서도 용이하다"고 답했다.

한준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임 전무의 답변에 대해 "(인앱결제방지) 법이 통과되면 BM을 바꾸고, 개발사들과 국민들에게 그 책임이 전가될 것이라 겁박하는 것에 놀랐다"며 "매출 변화도 크지 않은데 그럼 왜 하려 하느냐"며 따져 물었다.

임 전무는 "그렇게 들렸다면 죄송하다"며 "방대한 플랫폼에는 지속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임 전무는 구글이 환불 민원에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지난해 기준 구글 플레이 고객센터에 접수된 62만건 중 46만건이 환불 관련 민원인데 환북액수만 미화 5500만달러, 한화 600억이상에 달한다"며 "이용자업무보호평가에서도 4대 앱마켓 중 가장 높은 ‘양호' 평가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국회, 구글의 조세회피 질타

구글의 조세회피 문제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국세청은 구글코리아가 외국에 서버를 두고 조세를 회피했다는 판단아래 법인세 6000억원을 구글코리아로부터 추징했다. 하지만 구글코리아는 세금을 납부한 뒤 조세심판원에 불복 절차를 제기한 상태다.

김영식 의원(국민의힘)은 "구글코리아 매출 대부분이 싱가포르 매출로 잡히고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보다 법인세율이 낮다는 것을 이용해 조세 회피를 하는 것이다"며 "월별 인보이스 결제 설정 시 원화(KRW) 대신 다른 통화 결제를 유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전무는 "구글뿐 아니라 모든 기업이 더 좋은 조건이 있다면 그런 나라에 투자를 한다"며 "(홈페이지 원화 결제 회피 유도는)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다국적기업 등 다양한 파트너들이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글 플레이 내 해외 개발사의 매출도 많이 발생하는데, 부가가치세(VAT)를 대신 받아서 국세청에 대납하는 규모만 연간 수백억에 달한다"며 "이 밖에도 조세 준수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국회서도 거론된 구글 반독점 논란

윤영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미 하원에서 주장한 구글의 반독점 행위들을 읊은 후 구글을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 ‘엄석대’에 빗대 설명했다.

윤 의원은 "천국같은 교실을 만들고 그 교실을 거부한 사람들은 쫓아내고 있다"며 "그런 세상을 만들어선 안 되는 게 미국 정부 반독점 소송의 취지다"라고 말했다.

임 전무는 "디지털 경제에서 세금문제가 큰 화두인데, OECD에서 새로운 룰이 나오길 기대한다"며 "시장에서 경쟁이 촉진돼야 한다는 의원님 말씀에 공감하며, 어제 일어난 일이라 정확한 파악이 어렵지만 법무부의 주장을 전부 다 동의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홍정민 의원은 미국 법무부가 구글 앱의 스마트폰 선탑재를 불공정 행위로 규정하고 '반독점 소송'을 제기한 사실을 거론하며 "구글 앱 선탑재를 중지할 계획이 있느냐"고 물었다. 임 전무는 "보통 10개 정도 구글 앱이 선탑재되는데 모든 앱이 삭제가 가능하도록 돼 있고 정책을 해마다 개선하고 있다"며 "국내에선 몇 년 전 공정위에서 선탑재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고 답했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구글 인앱 결제와 구글앱 선탑재와 관련해 "앱스토어를 선탑재하는 건 우월적 지위의 남용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구글이 애플처럼 인앱 결제를 강제하지 않아서 많은 콘텐츠 기업이 들어와 있는데 갑자기 강제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앱스토어에 등록을 못 하게 한다든가 하는 불공정 거래가 없길 바란다"며 "공정위, 방통위와 함께 그런 점을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조명희 의원(국민의힘)은 구글 지도가 한글판은 동해, 영문판은 ‘SEA OF JAPAN’으로 표기 수정 요청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가족멤버십 출시 촉구와 사회적 책무를 부과하는 기금을 법으로 만들 시 동참할 것 제안 ▲정필모 의원(더불어민주당) 정보통신기금 기여 요구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의 해킹결제 환불 민원 소극적 대응에 대한 질타가 있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