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체·리튬황 등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뒤흔들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각국 정부와 기업이 뛰어든다. 일본 정부는 수조원을 쏟아부으며 기업의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돕는다. 하지만, 한국은 기업 스스로 살길을 찾는다. 정부 차원의 지원은 고작 수백억원에 불과하다.

일본(도요타·파나소닉)은 2020년대 초, 대만 2024년(폭스콘), 미국 2023년(솔리드파워) 전고체 배터리를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 기업의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일정은 2030년쯤으로 예상돼 미래 배터리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사장(왼쪽)과 카즈히로 츠가 파나소닉 사장이 합작법인(JV)을 설립을 발표하는 모습 / IT조선 DB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사장(왼쪽)과 카즈히로 츠가 파나소닉 사장이 합작법인(JV)을 설립을 발표하는 모습 / IT조선 DB
전고체배터리는 액체의 전해액이 아닌 고체의 전해질을 사용해 발화 가능성이 ‘0’에 가깝다. 기존 리튬이온배터리 대비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안전과 관련된 부품을 줄이고, 그 자리에 에너지 용량을 높이는 물질을 채울 수 있어 성능도 더 뛰어나다.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이유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최근 자국기업의 전고체 배터리 개발 및 양산 지원에 수조원의 보조금을 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고체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 조달을 위해 민관 협력체계도 구축할 계획이다.

일본은 세계 최초로 리튬이온 배터리를 상용화 했지만 최근 한국과 중국에 주도권을 뺏겼다. 향후 전고체 배터리 시장 선점을 통해 배터리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일본 정부의 통큰 지원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1∼9월 세계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1위는 중국 CATL( 23.1%)이 차지했다. LG에너지솔루션(22.9%), 삼성SDI(6.2%), SK이노베이션(5.5%) 등 한국 기업이 나란히 2·4·5위에 올랐다. 일본 기업은 파나소닉이 3위(21.2%)로 유일하게 5위 이내 들었을뿐, 10위권 기업은 PEVE가 (8위·2.1%) 유이하다.

일본 파나소닉-도요타자동차 연합은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서 가장 기술력이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들은 세계 전고체 배터리 관련 특허를 40%쯤 보유했다. 양사는 총 17조원을 투자해 합작법인(JV)을 설립했다. 2021년 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시제품을 공개하고, 2022년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각사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각사
16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기관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은 차세대 배터리 개발 사업에 향후 5년간 총 300억원을 투입한다. LG에너지솔루션의 리튬황, 삼성SDI의 전고체 배터리가 지원 대상이다. 일본 정부 지원 대비 턱없이 적은 규모다.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사실상 자체 R&D 역량을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5월 13일 만나 전고체 배터리 기술 협력을 논의한 것을 계기로 업계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아직 가시적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은 차세대 배터리 기초 R&D를 진행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개발에 집중하는 리튬황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차세대 배터리 중 하나다. 양극재에 황탄소 복합체, 음극재에 리튬 메탈 등 경량 재료를 사용해 무게 당 에너지 밀도가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1.5배 이상 높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보다 가볍고 희귀 금속을 사용하지 않아 가격경쟁력이 뛰어나다. 전기차뿐만 아니라 장기 체공 드론과 개인용 항공기 등 미래 운송수단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부품으로 꼽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에너지 밀도가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의 2배 이상인 리튬황 배터리를 2025년 이후 양산할 계획이다.

삼성SDI는 현재 전고체 배터리 요소기술을 개발하는 단계다. 2023년 소형 셀, 2025년 대형 셀을 대상으로 각각 검증을 마쳐 2027년까지 전고체 배터리를 내놓아 시장 판도를 바꾼다는 목표다.

SK이노베이션은 차세대 배터리로 리튬메탈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이 배터리는 음극재 원료를 흑연이나 실리콘이 아닌 리튬 메탈로 제작해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뛰어넘을뿐 아니라 안전성도 높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