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이 나비효과를 일으켰다. 쿠팡에 이어 컬리, 야놀자, 두나무 등 유망 스타트업이 미국행을 택하고 있다.

덕분에 스타트업 생태계에 활기가 돈다. 성장 가능성을 갖고 있다면 도전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투자자는 분주하다. ‘제2의 쿠팡’이 누가 될지에 관심이 쏠리면서 기대감을 키운다. 관련 주가가 급등하는 한편 장외 시장에서 비상장 기업 거래도 대폭 늘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스타트업 가치가 재평가될 것이다"라고 자신했다.

이들 K유니콘의 미국행은 예견된 결과다. 적자 기업인 쿠팡이 국내에서 상장을 추진했다면 과연 가능했을지 의문이 든다. 상장 문턱이 높을 뿐 아니라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을 거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 증시에도 테슬라 요건 등 특례 상장 제도가 있지만 실제로 이를 통해 상장한 기업은 10곳이 채 안 된다.

특히 이커머스, 핀테크 같은 신산업 분야 기업일수록 심사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시리즈C 이상 투자를 받아도 상장 심사에서 기업 가치를 설득하기 쉽지 않다. 스타트업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나가는 가운데 국내 시장 환경은 제자리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공개(IPO) 추진을 검토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아 흑자 전환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껏 고무된 스타트업 업계와 달리 웃지 못하는 곳이 있다. 한국거래소다. 유니콘 기업이 해외 시장을 기웃거리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유망 기업이 국내 상장을 추진할 수 있도록 부랴부랴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가총액 요건을 완화한 게 대표적이다.

자금 조달이 필수인 스타트업에 IPO는 하나의 종착지다. 혁신 기업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선 IPO를 포함해 ‘엑시트(투자 회수)’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가치 평가를 보완하고 촘촘한 규제를 개선해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 혁신 스타트업과 함께 한국 자본 시장이 도약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길 바란다.

장미 기자 mem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