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에 최대 5건의 주문을 받아 순차적으로 배달하던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단건(單件) 배달’을 선보이며 쿠팡이츠 베끼기 논란이 일고 있다. 배민의 단건 배달 상품이 쿠팡이츠의 모델과 거의 똑같기 때문이다. 배달업계에서는 1위 배민이 10년 후배 쿠팡이츠에게 한 수 배웠다는 평가도 나온다.

배민 라이더스 캐릭터. / 우아한형제들
배민 라이더스 캐릭터. / 우아한형제들
배달업계 관계자들은 배민이 12일 가맹점주를 대상으로 선보인 단건 배달 서비스 ‘배민원(1·one)’의 기본 운영 구조가 쿠팡이츠와 동일하다고 지적한다. 주문건당 중개이용료와 카드수수료, 결제망 이용료, 주문건당 배달비는 물론 쿠팡이 2019년 12월에 베타서비스 이후에 도입한 주문중개 수수료 1000원과 배달요금 5000원까지 똑같다는 것이다.

단건 배달은 배달원 1명이 한 번에 배달 1건만 처리해 배달 시간을 단축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쿠팡이츠는 단건 배달을 통해 보통 1시간쯤 걸리던 배달시간을 절반 수준인 30분쯤으로 단축했다.

업계에서는 배민보다 10년 늦게 음식 배달업에 뛰어든 쿠팡이 배민에 한수 가르쳐줬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15일 배달업계 한 관계자는 "배민이 안주하는 사이 이용자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고든 쿠팡에 한방 먹었다"며 "배민의 단건 배달 서비스 도입은 업계 1위 업체가 후발주자의 방식이 맞다는 것을 인정한 꼴이다"고 평가했다.

배민이 쿠팡의 서비스를 따라가게 된 것은 단건 배달에 대한 소비자와 매장의 니즈가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배민은 12일 가맹점주를 대상으로 올린 공지글에서 "단건 배달 서비스에 대한 고객 수요가 커지고 있고, 이를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배달 서비스에 대한 사장님들의 필요성 또한 증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배민의 굴욕은 쿠팡이츠의 급성장이 배경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시장조사업체 아이지에이웍스은 2020년 하루 평균 모바일 기기 4000만개의 데이터 20억건을 분석한 결과, 쿠팡이츠의 일평균 사용자 수가 2020년 1월 ‘2만9800명’에서 같은해 12월 ‘46만235명’으로 15배이상 늘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배달업계는 2020년 9월을 기준으로 6.2%를 기록했던 쿠팡이츠가 현재 점유율 두자릿수로 올라갔다고 평가한다. 배달경쟁이 치열한 서울 강남일대에서는 쿠팡이츠의 점유율이 50%를 넘어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는 2020년 1월 2%였던 서울·수도권 쿠팡이츠 배달앱 순방문자가 2021년 2월 20%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1위 배민의 시장 점유율은 2020년 1월 59%에서 2021년 2월 53%로 6%포인트 하락했다. 2위 요기요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39%에서 27%로 무려 12%포인트 하락했다. 쿠팡이츠가 1·2위 기업의 점유율을 고스란히 빼앗은 것이다.

배달업계 분위기가 ‘단건 배달'로 기울다 보니 배민 외에도 쿠팡이츠의 시스템을 모방한 업체가 등장했다.

위메프오는 15일 배달 라이더들이 한 번에 한 집에만 배달을 하는 ‘단건 배달’ 서비스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위치 기반 서비스 개발업체 LK ICT와 업무 협약을 맺고 음식 주문과 배달 라이더를 1대 1로 매칭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위메프오는 이번 협약을 통해 2020년 연내 ‘단건 배달’ 서비스 개발을 완료해 배달 대행사를 통해 ‘단건 배달’ 모델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위메프오 한 관계자는 "소비자와 점주 편의성·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단건 배달 서비스 구축에 속도를 낼 것이다"고 말했다.

단건 배달의 경쟁력은 해외에서도 높이 평가받은 바 있다. 손정의(孫正義·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투자한 미국 배달 플랫폼 ‘도어대시(DoorDash)’가 그 주인공이다.

도어대시는 ‘대셔(Dasher)’라 불리는 배달원이 단건 배달을 통해 음식을 빠르게 전달하는 것으로 인기를 끌었다. 손 회장의 투자와 빠른 배달을 무기로 불과 3년만에 미국 시장을 장악했다. 도어대시는 2020년 12월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당시 공모가 대비 86% 폭등하는 대박을 터뜨린 바 있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