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경의 커피톡] ㉒커피 한 잔에 탄소 배출은 얼마나 되나?

  • 신혜경 칼럼리스트
    입력 2021.05.07 06:00

    2월 초 한양대 학생기자로부터 커피의 탄소 배출 관련 인터뷰 요청이 왔다. 여러 가지 이유로 간략하게 전화로 답변에 응했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특히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들과 노력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런 와중에 대학생이 커피와 탄소 배출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 시간이 흐를수록 매우 신선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답변을 다시 정리해 보고 싶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 10월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우리나라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하여 우리나라는 중국과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탄소중립을 선언한 나라가 되었다. 탄소중립은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를 배출한 만큼 다시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실질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UN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0년 말 현재 탄소중립을 선언한 국가는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110여개 국가에 이른다고 한다. 작년 한 해 동안만 1,000개가 넘는 글로벌 기업들이 탄소중립을 선언하여 바야흐로 탄소중립 선언은 세계적인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기업의 생산활동은 대부분 온실가스 배출 활동에 해당한다. 커피도 예외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커피는 농산물이므로 커피의 재배·수확·가공 등에 그다지 많은 탄소가 배출되리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커피가 생산국에서 재배되어 소비국에 도착할 때까지의 과정에서도 엄청난 양의 탄소가 배출되고 있다. 커피 재배에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순간 화학비료 생산을 위해 배출된 탄소를 사용하는 것이다. 또한 기계화된 방법으로 커피를 수확하는 과정, 수확한 커피를 가공하기 위하여 기계를 돌리는 순간에도 연료 사용 등을 통한 탄소는 배출되고, 생산국에서 소비국으로 선박이나 항공기로 운송하는 과정에서도 탄소는 배출된다.

    한겨레신문 기사에 따르면, 영국의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niversity College London) 연구진은 커피 재배에서 수확 및 가공, 수출까지의 전단계를 분석한 후 커피 1kg당 탄소배출량을 15.3kg으로 추정했다. 최고의 탄소 배출 식품 중의 하나로 꼽히는 소고기(1kg당 27kg)의 절반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고, 치즈 1kg당 탄소 배출량(13.5kg)과 비슷한 수치이다. 한 해의 커피 생산량을 고려해 보면 커피에서만 연간 약 1억 4천만톤의 탄소가 배출되는 셈이다. 이는 ‘고고밀도’(very high intensity) 탄소배출산업으로 분류되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연구진은 각각 세계 1위와 2위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의 사웅파울로와 베트남의 부온마투옷 농장에서 재배된 커피 생두를 영국으로 수출하는 전 과정을 분석한 결과를 2020년 12월 30일 지리환경분야 국제 공개학술지 `지오'(GEO)에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아라비카종 커피 1kg을 재배해서 영국으로 수출할 경우, 원산지별로 탄소배출량은 베트남 커피가 16.04kg, 브라질 커피가 14.61kg이었다. 탄소배출량의 차이는 운송거리 차이 때문이라고 한다. 연구진에 따르면 커피가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식품이 된 가장 큰 요인은 재배부터 화학비료에 의존하고 신선한 커피를 위해 선박 운송보다 항공 운송으로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신선한 커피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 항공기를 이용한 운송이 증가함에 따라 선박을 이용할 때보다 단위 거리당 100배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게 되었다고 한다.

    연구진은 커피 생산에서 소비까지의 각 단계를 저탄소배출 커피로 바꿀 경우 커피 1kg당 탄소배출량을 3.51kg으로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즉 저탄소배출 커피의 경우 탄소배출량을 최대 77%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저탄소배출 커피’를 ‘지속 가능한 커피’로 표현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커피’는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법으로 재배된 커피, 그늘재배커피, 조류친화적 커피 같은 커피를 말한다. 결국 커피 산업에서 탄소배출을 대폭 줄이기 위해서는 화학 비료보다 친환경으로 재배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수확된 커피를 가공할 때에도 화석연료를 이용한 기계를 이용하기보다는 물과 자연 에너지를 이용하고 운송도 비행기가 아닌 선박으로 운송하여야 한다고 한다. 또한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하여 저탄소배출 커피로 바꾸는 것 외에도 산지에서 생두로 수출하기보다는 로스팅 한 후 원두 상태로 수출하여야 한다고 한다. 로스팅 후 원두는 생두보다 무게가 훨씬 가볍기 때문에 화물의 무게를 줄이면 운송연료의 사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진의 제안은 오로지 탄소 배출을 줄이는 목적에는 부합하지만, 커피가 일반적인 공산품과 달리 바리스타 개인의 역량에 따라 그 맛과 향미가 천차만별인 대표적인 기호식품이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어 현실적인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오늘날 많은 커피 생산국에서 화학비료 사용을 줄이고 ’지속가능한 커피’ 재배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보다 많은 노동력이 요구되는 것이 사실이다. 선박 운송의 경우 항공운송에 비해 3배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 장기간 걸리는 선박 운송으로 인해 배출되는 탄소 양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한 로스팅 후의 원두가격은 생두가격에 비하여 월등히 높다. 수입국에서는 경제적인 효율을 타진해 보아야 한다. 더욱이 로스팅을 달리하여 최상의 커피 맛을 내기 위한 소규모 개별 바리스타들의 노력이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을 뿐 아니라 커피 향과 맛의 발전을 저해하여 커피 시장의 성장에도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

    연구진은 한 잔의 커피음료를 만드는 기준으로 탄소배출량도 계산해 보았다. 에스프레소 한 잔에 평균 커피 가루 18g(스타벅스 레시피 기준)이 사용된다. 그렇다면 커피 원두 1kg으로 약 56잔의 에스프레소를 만들 수 있는데 이를 계산하면 에스프레소 한 잔의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 개인 및 단체가 직·간접적으로 발생시키는 온실 기체의 총량을 의미함)은 약 0.28kg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저탄소배출 커피(일명, 지속 가능한 커피)로 바꾸면 0.06kg으로 대폭 줄어들게 된다.

    또 커피에 우유(가공처리가 된 일반우유)를 더하면 우유의 탄소배출량을 더하여야 하므로 탄소발자국이 더욱더 늘어난다. 우유 사용량이 가장 많은 라테 음료는 약 0.55kg, 카푸치노는 0.41kg, 플랫화이트는 약 0.34kg이라고 한다. 여기서도 저탄소배출 커피(일명, 지속가능한 커피)와 낙농우유로 전환하면 탄소발자국이 각각 0.33kg, 0.2kg, 0.13kg까지 줄어든다고 한다. 아래 표에서 보듯이 비낙농 대체우유를 사용하면 탄소발자국은 현격하게 줄어든다.

    한겨레신문 ”한 잔의 커피에 든 기후비용은?” 기사에서 발췌 (2021.1.11)
    사실, 커피에서의 탄소 배출은 대부분 재배과정에서 사용된 화학비료의 생산과정에서 배출된 탄소와 기계 사용과 운송과정에서 사용되는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인한 탄소가 대부분이고 커피 자체에서 주로 탄소가 배출되는 것은 로스팅 과정에서이다.

    물론 커피 체리를 수확한 후 체리를 벗기고 가공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효가 발생하는 가공공정에서도 탄소배출이 일어난다. 모든 발효는 그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이산화탄소 등의 유기산물이 생성되므로 탄소가 배출된다. 하지만 커피 자체에서 탄소 배출를 가장 많이 발생시키는 것은 로스팅 할 때이다.

    커피 생두를 고온의 열로 볶는 로스팅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많이 생성된다. 이렇게 생성된 이산화탄소는 로스터기 내부에 머무르면서 볶여지는 원두 속으로 다시 들어가게 된다. 로스터기 내의 가스를 원활하게 배출하지 못하면 아주 스모키하고 거친 후미를 갖는 커피가 된다. 로스팅이 마무리되어 배출구를 열면, 볶아진 원두와 함께 로스터기 내부에 있던 이산화탄소와 한꺼번에 밀려나오게 된다. 이 순간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 이산화탄소가 가장 많이 배출되므로 순간적으로 어지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볶아진 직후의 원두에는 이산화탄소가 많이 내포되어 있다. 갓 볶은 원두 속의 가스는 추출을 할 때 물의 침투를 방해한다. 그러므로 갓 볶아진 원두로는 제대로 된 커피 맛을 낼 수가 없다. 따라서 어느정도 이산화탄소가 빠진 원두로 커피를 만들어야 좋은 맛을 낼 수 있다.

    원두에 함유되어 있는 가스는 시일이 지나면서 슬금슬금 밖으로 빠져나온다. 로스팅 된 포인트에 따라 원두 속에의 가스가 빠지는데 걸리는 시간은 다르다. 강볶음 일수록 가스와 함께 맛있는 향미도 빠르게 날아가 버린다. 그러므로 이산화탄소는 로스팅 과정뿐 아니라 볶은 원두 상태일 때에도 조금씩 배출되고 있는 것이다.

    커피 전문점에서 플라스틱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것도 탄소배출량을 늘리는데 한몫을 한다. 코로나19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시행으로 일회용품 사용이 많이 줄어들고 있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하여 보건과 위생을 이유로 다시 일회용품 사용이 급격히 늘었다. 하지만 일회용품 사용으로 인한 환경 문제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으므로 코로나19가 진정이 되면 다시 일회용품 사용은 많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커피찌꺼기인 커피박 속에는 약 55 mass%의 탄소를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그 외에도 여러 성분이 많이 남아 있다. 현재 국내에서 연간 약 27만톤의 커피박이 매립 또는 소각되고 있어 또 다른 탄소배출 문제 등 환경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그리하여 커피박을 재활용한 퇴비 생산에서 바이오에너지 생산에 이르기까지 커피박의 재활용을 위한 연구가 현재에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트렌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각국의 정부와 전 세계 유수의 기업들에게도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우리가 매일 마시는 커피 한 잔에 그렇게 많은 탄소가 배출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커피 업계도 탄소배출을 줄이고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하여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신혜경 칼럼리스트는 이화여대에서 교육공학을 전공하고,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커피산업전공으로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원과학기술대학교 커피바리스타제과과와 전주기전대학교 호텔소믈리에바리스타과 조교수로 재직하였고, 한림성심대학 바리스타음료전공 겸임교수로 재직중입니다. 바리스타 1급 실기평가위원, 한국커피협회 학술위원회 편집위원장, 한국커피협회 이사를 맡고있다. 서초동 ‘젬인브라운’이라는 까페를 운영하며, 저서로 <그린커피>, <커피매니아 되기(1)>, <커피매니아 되기(2)>가 있다. cooykiwi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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