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뉴딜 2.0의 주요 사업 과제인 5G 특화망 관련해 글로벌 사례와 비교해 살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정부는 다중 대역으로 5G 특화망을 진행하며 성과를 얻고 있는 일본, 독일 사례를 참고해 국내 5G 특화망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5G 특화망 추진 과정에서 생태계 확장에 주력해야 한다는 전문가 조언도 나왔다.

5G 이동통신 상징 이미지 / 아이클릭아트
5G 이동통신 상징 이미지 / 아이클릭아트
5G포럼은 23일 웨비나(웹+세미나)로 5G 특화망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번 워크숍은 글로벌 5G 특화망 정책과 사례를 공유하고 국내 5G 특화망 확산 방안을 모색하고자 열렸다.

5G 특화망은 건물이나 공장 등 특정 지역에서 사용 가능한 5망을 말한다. 필요한 지역에 맞춤형 네트워크를 제공하기에 로컬 5G로도 불린다. 정부가 22일 밝힌 디지털 뉴딜 2.0의 네트워크 분야 핵심 과제이기도 하다.

이날 워크숍에서는 이준환 5G포럼 생태계부위원장 좌장의 진행으로 5G 특화망 글로벌 현황을 다룬 세션1이 진행됐다. 해외 사례를 다루는 만큼 일본 5G 추진 단체인 5GMF의 요시노리 오무라 사무국장과 앤더스 헥터 주한스웨덴대사관 과학기술참사관, 필리페 제라드 노키아 아시아·태평양 제조 및 물류 부문장, 제프 트래버스 에릭슨 테크니컬 디렉터 등의 글로벌 연사가 나와 각국의 5G 특화망 현황을 짚었다.

5G 특화망서 다중 대역 활용하는 일본·독일…독일은 저대역서 이통사 참여 제한하기도

트래버스 디렉터는 글로벌 국가별로 5G 특화망 사업에서 구분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과 덴마크, 프랑스, 미국, 네덜란드, 노르웨이 등은 중대역을 중심으로 5G 특화망을 진행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와 홍콩, 이탈리아, 말레이시아, 한국 등은 밀리미터파(㎜Wave) 등의 고대역을 중심으로 한다. 핀란드와 독일, 스웨덴, 영국, 일본 등은 양 대역에서 모두 5G를 진행 중이다.

헥터 참사관은 유럽이 국가별 산업 전략에 따라 5G 특화망 정책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중 한국과 유사하게 다양한 주파수 대역을 활용하는 스웨덴, 영국, 독일 등의 사례를 설명했다.

스웨덴의 경우 우정통신관리국(PTS)을 중심으로 2023년 6월까지 다양한 테스트와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례로 스웨덴 엔지니어링 회사인 에이비비(ABB)는 공장 자동화 등을 위해 5G 특화망 도입을 추진한다. 통신장비 기업인 에릭슨은 서비스 제공자로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5G 특화망을 도입한다.

스웨덴은 이같은 사업을 진행하고자 다양한 5G 주파수 대역을 활용한다. 3.8G~4.2기가헤르츠(㎓) 중·저대역뿐 아니라 26.5G~27.5㎓의 고주파 대역도 5G 특화망에 적용된다. 향후 초고주파 영역인 40.5G~43.5㎓, 45.5G~47.0㎓, 47.2G~48.2㎓, 66G~71㎓ 등에서도 5G 특화망 사업을 내다본다.

영국과 독일 역시 다양한 주파수 대역을 활용해 5G 특화망 사업을 진행하는 국가다. 영국은 다른 국가들보다 앞서 2019년에 5G 특화망 사업을 가시화했다. 1.781G~1.88㎓, 3.8G~4.2㎓ 대역뿐 아니라 24.25G~26.5㎓ 대역에서 각각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독일도 중·저대역(3.7G~3.8㎓)과 고대역(24.25G~27.5㎓)에서 5G 특화망을 추친하는데, 이때 중·저대역에선 이동통신사(MNO)의 사업을 제한하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폭스바겐과 메르세데스-벤츠 등의 자동차 기업이 5G 특화망을 활용해 공장 자동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헥터 참사관은 "5G 특화망은 혁신을 주도하면서 훨씬 스마트한 애플리케이션과 공장을 구축할 기회를 제공한다"며 "(5G 특화망 도입으로) 큰 이점을 얻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헥터 참사관이 웨비나로 글로벌 5G 특화망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 5G 특화망 워크숍 갈무리
헥터 참사관이 웨비나로 글로벌 5G 특화망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 5G 특화망 워크숍 갈무리
일본은 영국 사례처럼 비교적 빠르게 5G 특화망에 뛰어든 국가다. 오무라 국장에 따르면, 일본은 중대역과 고대역을 중심으로 5G 특화망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2019년 12월 100메가헤르츠(㎒) 폭인 28.2G~28.3㎓ 대역에서 5G 특화망을 위한 기술 조건 등을 살핀 후 2020년 12월 주파수 폭을 다양화해 분배에 나섰다. 중대역인 4.6G~4.9㎓와 고대역인 28.3G~29.1㎓에서 NTT도코모와 라쿠텐 모바일, KDDI, 소프트뱅크 등 일본 주요 이통사가 각각 대역폭을 할당받았다.

일본 총무성(MIC)은 올해 6월 새로운 5G 특화망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도쿄와 오사카, 홋카이도 등의 지역에서 5G 특화망 활용을 내다본다. 스마트팩토리와 케이블TV 영역 확대, 농업과 e-스포츠 분야의 스마트 환경 조성, 대학교 교육 시스템 개선 등 사업 분야도 다양하다. 공기관과 관련 단체 등 민·관이 모여 5G 특화망 증진을 위한 위원회도 신설했다.

오무라 국장은 이같은 5G 특화망과 관련 서비스가 각 산업 영역에서 뿌리내리며 다양한 이점을 낳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향후 5G가 차세대 네트워크인 6세대(6G) 이동통신으로 진화하면 특화망 역시 6G 기반으로도 발전할 수 있다는 차기 전망도 더했다.

과기정통부 "일본·독일 사례처럼 5G 특화망 성과낼 것"

한국 정부는 28.9G~29.5㎓ 대역과 4.72G~2.82㎓ 대역을 5G 특화망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이때 고주파 영역의 주파수 할당대가를 중대역의 10분의 1로 제시했다. 고주파 특성상 5G 특화망 조성 때 중대역보다 촘촘한 기지국과 안테나 설치가 필요하기에 이를 감안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정부는 9월까지 관련 제도를 정비한 후 10월부터는 주파수 공급에 나설 예정이다.

이준한 위원장은 이같은 5G 특화망 추진 과정에서 생태계 확장에 주력해야 한다는 강조 발언을 더했다. 5G가 더 이상 이동통신 영역에 국한한 기술이 아닌 만큼 다양한 영역에서 협력을 진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위원장은 "5G는 더 이상 이동통신 분야 전유물이 아니다. 5G 특화망 기술이 새로운 애플리케이션 분야에 촉매제 역할을 하면서 다양한 버티컬 분야와의 협력을 강화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며 "5G 생태계가 확대하면서 소재, 부품, 장비 등의 분야에도 사업 기회가 제공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날 워크숍에 참여한 허성욱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글로벌 5G 특화망 선례를 참고해 국내에서도 괄목할 성과를 이루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5G 특화망 추진 과정에서 중소기업 성장 토대와 탄탄한 관련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함께다.

허 실장은 "5G 특화망 정책을 도입한 일본, 독일의 경우 5G 기술의 활발한 활용으로 새로운 생태계가 조성되면서 시장 확대도 가져오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5G 특화망 정책이 잘 정착한다면 5G 기반의 스마트공장, 스마트시티, 공공 분야 등에서 괄목할 성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