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4년 메타버스 관련 시장 규모는 34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부동산, 게임, 엔터테인먼트, 통신,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메타버스를 접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한 이유다. 정부도 각 산업군에 지원을 약속하고, 기업과 협력 체제를 맺어 국가 핵심 산업으로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하지만 메타버스와 가장 밀접하게 연관됐다고 평가받는 게임업계의 주관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와 산하기관인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는 사업 규모 파악과 발전 전략 구상이 더디어 업계의 빈축을 사고 있다.

/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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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열린 문체위 국정감사에서는 게임 업계를 담당하는 콘진원, 게임위 등이 메타버스와 관련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는 질타가 이어졌다. 메타버스를 게임으로 규정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없는데다가 업계를 위한 가이드라인 조차 없어 시장이 혼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김규철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은 "메타버스 정의가 무엇인지는 아직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지 않았다"며 "(메타버스 관련 플랫폼이나 콘텐츠가) 게임 등급심사를 위원회에 맡겨야 게임인지 플랫폼인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에 대해 "민간 기업은 하루가 다르게 메타버스 관련 사업을 확장하며 뛰고 있는데 정부의 대응은 너무 느리고 한가하다"고 일침했다.

그는 또 명확한 가이드라인 부재로 인해 남용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김 의원은 "규제가 산업 발전 진흥에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되지만 방임할 경우 우리 청소년들이 여러 유해 콘텐츠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게임위 뿐만 아니라 문체부 등 정부 기관이 메타버스와 관련해 빨리 공동작업을 진행해 정책적 방향을 정해줘야 한다"며 "법적 조치가 필요한 부분 역시 상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게임 관련 정부부처가 메타버스 관련 산업의 규모나 발전 전략을 내놓지 않는 상황에서 업계 전문가들은 메타버스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가이드라인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합법적 틀 내에서 구현 가능한 서비스 범주를 만들어 주거나 사업자의 책임 범위나 면책 요건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경제 체계를 갖춘 메타버스 콘텐츠 내에서 이용자들이 거래하거나 활동을 하면서 법적 분쟁에 휘말릴 소지도 있다. 블록체인 게임도 국내에서 등급분류를 받지 못해 출시가 불발되자 해외 시장으로 먹거리를 찾아 나서는 기업이 늘고 있다. 블록체인 게임과 같은 악순환을 다시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다.

이런 사회적 요구에 메타버스 관련 법안을 만들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가상융합경제 발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메타버스지원법)’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이지 않지만 법안은 ‘임시기준’이라는 개념을 포함했다. 메타버스 등 가상융합서비스의 개발·제작·출시·판매·제공·유통 등을 위해 필요한 법령이 없거나 불합리·불분명한 경우 가상융합사업자 등의 제안에 따라 임시적으로 적용할 기준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게임위는 종합 부서와 협의해서 빠른 시일 내에 정책 방향 정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빠른 시일 내에는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김규철 위원장은 "메타버스 게임과 관련해 해외 사례, 규정, 발전 방향 등 내용을 포함한 연구 용역을 준 상태다"라며 "결과는 연말에 나오니 그때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소영 기자 sozer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