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은 전동화 시대의 원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첨단 기술을 접목시킨 전동화 제품 출시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국내 완성차업계도 내년에 다양한 전동화 제품을 출시하며 미래차 시장 선점에 시동을 걸 계획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과거에 집착하는 노동조합(이하 노조)과 현재의 반도체 리스크가 미래를 향한 국내 완성차업계의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제네시스 GV70/제네시스
제네시스 GV70/제네시스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그룹은 2022년 친환경차 라인업 확대에 박차를 가한다.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을 필두로 현대차 아이오닉6, 기아 니로EV 등이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또 하반기에는 기아 EV6 GT가 출시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미래 친환경차 시장 선점을 위해 파격적인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현대차그룹은 17일 연구・개발(R&D)본부 내 파워트레인담당을 전동화개발담당으로 조직 명칭을 변경하고 배터리개발센터를 신설하는 내용의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현대차그룹은 친환경차 라인업 확대와 조직개편을 앞세워 2026년까지 전기차 글로벌 연간 판매 목표를 170만대로 상향하기도 했다.

한국GM은 글로벌 GM의 라인업을 적극 활용해 친환경차 경쟁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배터리 리콜사태로 8월 런칭 이후 출시되지 못했던 볼트EV와 볼트EV의 SUV버전인 볼트EUV가 2022년 상반기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르노삼성자동차(이하 르노삼성)은 내년 하반기 XM3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하며 반등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르노삼성이 국내 시장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완성차업계가 친환경차를 앞세워 미래차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산적한 과제가 적지 않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업마다 사안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가장 크게 대두되는 것은 노조와의 갈등이다. 노조가 단체행동에 돌입할 경우 미래차 관련 경쟁력이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먼저 현대차그룹은 전동화 전환을 두고 노조와 갈등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동화 전환이 이뤄질 경우 생산인력 축소가 불가피하다. 전기차의 경우 내연기관차에 비해 들어가는 부품이 3분의 1 가량 감소하기 때문에 작업량이 줄고 이로 인한 고용감소가 예상된다. 최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2030년 전기차 비중이 33%에 도달할 경우 3만5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안현호 신임 현대차노조 지부장은 1998년 정리해고 반대 투쟁을 이끈 인물로 지부장 선거 당시 정년 연장과 4차 산업혁명 고용 대책 마련 등을 공약했다. 홍진성 기아노조 신임지부장 역시 강성으로 분류된다. 그는 공약으로 고용안정 및 경기 광명 소하리공장의 전기차 전용 공장 전환시 일자리 축소 방지 등을 약속했다.

완성차업계에서는 현대차・기아 노조 신임 지부장의 주요 공약을 사측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고정비 증대로 인한 수익성 저하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사측이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강성 성향의 지부장들이 단체행동에 돌입할 가능성도 있다.

김준호 한국GM노조 지부장 역시 강성으로 분류되는 인물로 인천 부평1공장 트레일블레이저 단종 이후 신차 배정 및 전기차 유치 등을 공약했다. 글로벌 GM이 한국GM에 전기차를 비롯한 신차 생산 물량을 배정하지 않은 만큼 일감을 두고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한국GM 노사가 일감을 두고 갈등을 빚고 노조가 파업에 나설 경우 경우 글로벌 GM에서 일감을 배정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 IT조선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 IT조선
금속노조 출신인 박종규 르노삼성 노조위원장은 잦은 파업으로 사측과 마찰을 빚은 바 있다. 마땅한 친환경차가 없는 르노삼성은 친환경차 개발 및 유치가 필수적이지만 강성노조가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수급 역시 미래차 시장 선점의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다수의 전동화 제품 출시를 예고함에 따라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차량용 반도체 수급이 원활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 산업 생태계가 급변하고 있다"며 "노사간 완만한 합의와 정부의 중재 등을 통해 미래에 대한 철저한 미래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지만 강성노조의 등장으로 우려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성노조가 정년연장, 전기차의 국내 생산 등 어려운 요구들을 쏟아내고 있다"며 "가뜩이나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인데 노조와의 갈등까지 수면 위로 떠오른다면 국내 완성차업체의 미래차 경쟁력은 하락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반도체 수급과 관련해 "내년 역시 반도체 수급 문제가 큰 화두로 떠오를 것이다"며 "수입 다변화를 통해 어느정도 재고를 확보할 수는 있겠으나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일부 반도체를 전략물자화해 국내에서 생산해야 한다"며 "정부 역시 차량용 반도체 개발에 대한 인센티브를 적용해야 한다고"고 밝혔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