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12월 1일 배터리 사업을 전담하는 신설법인 출범을 앞두고 심란한 분위기다. 신설법인 초대 CEO 선임은 물론 새로운 사명도 확정짓지 못했다. 갈길이 멀다. SK이노베이션과 배터리 소송은 장기화하는데, 최근 국토교통부가 코나EV 화재 원인으로 LG화학 배터리를 지목하며 발목을 잡는다.

승승장구하는 배터리 사업의 이면에 이같은 리스크가 상존한다. 급한 불부터 꺼야하는 LG화학이다. 전담 소방수로 나설 신설법인 초대 수장의 어깨가 무겁다.

현대차 코나EV용 배터리 셀을 생산하는 LG화학 중국 남경 전기차 배터리 1공장 전경/ LG화학
현대차 코나EV용 배터리 셀을 생산하는 LG화학 중국 남경 전기차 배터리 1공장 전경/ LG화학
13일 재계에 따르면 LG는 정기 임원 승진 및 전보 인사를 11월 단행할 예정이다. 배터리 신설법인 초대 CEO 인사도 포함될 전망이다. 이에 앞서 지난주 임원 승진 후보자 면접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LG 그룹사 한 관계자는 "LG화학 임시주총이 열리는 30일에는 배터리 사업 부문 분리 안건만 처리하며, 신설법인 CEO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는다"며 "신설법인 출범 이전 발표 예정인 정기 임원인사에서 초대 CEO가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LG화학은 최근 코나 전기차 화재라는 새로운 리스크를 떠안았다. SK이노베이션과 소송과 마찬가지로 단기에 풀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코나 EV 화재 원인을 놓고 현대차와 국토부, LG화학 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서다.

국토부는 자동차안전연구원의 결함 조사 결과 제조 공정상 배터리 셀 품질 불량으로 양극판과 음극판 사이에 있는 분리막이 손상돼 내부 합선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배터리 제조사인 LG화학은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고, 배터리 불량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재계에서는 LG가 배터리 신설법인에 부회장급인 신학철 대표이사의 CEO 겸직 카드를 꺼내들어 위기관리에 나설 수 있다고 본다. 12월 신설법인 출범 이후 소송, 화재 원인 공방 등 과제들이 초대 수장의 몫이 되기 때문에 안정을 추구한다는 전제에서다.

하지만 LG 내부에서는 신학철 부회장의 CEO 겸임은 실현 가능성이 낮을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신 부회장이 신설법인 CEO를 겸직하는 방안은 경영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배터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독립적이고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경영효율성을 높인다는 분할 목적에도 어울리지 않는 결정이다.

결국 LG 배터리 신설법인은 2019년 LG전자 대표이사에 오른 권봉석 사장과 마찬가지로 사장급 선임이 유력한 분위기다. 10년 이상 LG화학의 배터리 사업을 진두지휘한 김종현 전지사업본부장(사장)이 1순위로 꼽힌다. 김명환 전지사업본부 최고구매책임자(CPO) 겸 배터리연구소장, 김동명 LG화학 자동차전지사업부장(부사장)도 거론된다.

LG화학 한 관계자는 "코나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해 현대차와 협력 중이고, 조만간 해결책을 내놓겠다"며 "12월 출범하는 신설법인에 최근 이슈가 심각한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