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분실신고로 중고폰이 정지되는 사례가 빈번한 가운데 법원이 이례적으로 피해자의 권리를 인정한 판결이 나와 통신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영효 서울중앙지법 제211민사단독 부장판사는 A씨가 5월 SK텔레콤(SKT)을 상대로 제기한 허위분실신고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또 분실신고 해제 절차를 SKT가 신속히 이행할 필요가 있다며 직권으로 즉시 집행토록 했다.
사건은 지난해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B씨는 당시 출고가가 200만원인 휴대폰을 구매·개통한 후 C씨에게 사용하도록 제공했다. C씨는 이를 중고거래 앱인 '당근'을 이용해 원고 A씨에게 100만원을 받고 팔았다. A씨는 이를 정상적으로 사용해 왔다.
문제는 올해 1월 B씨가 SKT에 분실신고를 하면서다. B씨는 C씨가 기기값과 휴대전화 요금을 납부하지 않았다며 소액결제도 금액이 쌓여 추가피해를 예방할 목적으로 분실신고를 했다고 밝혔다. SKT가 A씨의 단말기 사용을 정지한 이유다. 결국 3월부터 단말기를 사용하지 못한 A씨는 SKT를 상대로 분실신고를 말소하라는 소송을 냈다.
법원은 "폰을 판 C씨 행위는 타인 명의의 재물을 보관하던 자가 그 재물을 제 3자에게 임의로 매각해 처분한 경우이므로 형법상 '횡령범죄'에 해당한다"며 "A씨가 C씨의 횡령사실을 알면서도 단말기를 취득했다는 자료는 없다. 중고장터에서 100만원을 지급해 정상적으로 매입했으므로, A씨는 선의취득에 의해 그 소유권을 취득한 것을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SKT가 법정에서 밝혔듯이 단말기 분실신고 등록이 돼 사용이 중지됐으므로 단말기를 재사용하기 위해서 '분실신고 등록'을 해제하는 절차만 이행하면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했다.
이 같은 사례는 실소유자와 유심사용자가 같은 '확정기기변경'이 아니라 원래 사용하던 유심을 새로 산 중고폰에 꽂아 사용하는 '유심기기변경'을 했을 때 발생한다. 원칙적으로 확정기변이 아니라 유심기변을 했을 시 휴대폰 소유권은 이전 명의자에게 있다. 이때 이전 명의자가 분실·도난 신고를 하면 중고폰 구매자는 도난폰을 사용한 꼴이라 사용정지 등을 당할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비슷한 피해 사례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카페 등에는 "이전 사용자가 분실신고를 해 황당하다. 사기 접수를 하고 왔다", "당근에서 휴대폰을 구입했는데 분실신고가 돼 사용불가라고 한다", "6개월간 폰을 잘 쓰다가 분실폰 신고가 돼 사용이 안 된다"등의 피해자 호소를 쉽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이러한 문제가 충분히 발생할 여지가 있다"면서도 "저희로서는 분실신고 접수 시 원칙에 따라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최진녕 법무법인 씨케이(CK) 대표변호사는 이번 판결과 관련해 "금액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사건임에도 소비자가 자기 권리 찾기를 위해 애썼다고 판단된다"며 "소비자가 소송을 통해 권리 찾기를 실천했다는 점에서 업계에도 중요한 선례를 남겼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