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가 6월 말 하반기 전략회의를 연다. 두 그룹 모두 총수의 소송 리스크를 안고 있는 데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배터리 등이 복합 위기를 겪고 있어 돌파구 마련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분석된다. 양사는 핵심사업 수장을 임기 중 잇따라 교체한 만큼 분위기 쇄신에 고삐를 죌 전망이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 경영진은 하반기 새판짜기에 분주하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 현상 장기화와 11월 미국 대선, AI 패권 전쟁, 총수 사법리스크 등으로 변수가 속출하면서 치밀한 비즈니스 전략 수립이 긴요한 상황이다. 최근 두 회사는 핀셋 인사를 통해 주요 사업부 수장을 교체한 만큼 경영 방향성이 분위기·조직 쇄신에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맏형 삼성전자는 6월 마지막주(24~28일)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 방침이다. 매년 6월·12월 두 차례 진행되는 글로벌 전략회의는 DX부문(가전 및 모바일)과 DS(반도체)부문으로 나눠 각 부문별 수장들의 주재로 진행된다.
올해 DS부문은 새로 부임한 전영현 부회장 주재로 HBM(고대역폭메모리)·파운드리 사업 강화 및 수주 확대 방안, AI 반도체 전략 등을 중점적으로 다룰 전망이다. 일부 부서에서만 이뤄진 임원 주6일제 근무가 다른 관계사까지 확대된 만큼 업무 방식의 강도를 높이는 방안을 주문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AI 반도체 수립 전략과 더불어 조직 분위기 쇄신 등 전반적인 경영 혁신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DX부문의 경우 7월 공개 예정인 갤럭시 폴더블폰 Z폴드·플립6의 판매 전략을 중점적으로 다룰 전망이다. 또 ‘AI가전=삼성’이라는 공식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가전과 모바일, TV 사업에서 AI 활용 방안을 폭넓게 검토할 전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예년처럼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추후 회의 결과를 보고 받는다. 이 회장은 2주간 북미 출장길에서 빅테크 CEO들과 가진 미팅을 종합해 사업 협력 및 확대 방안을 모색한다.
연초부터 강도 높은 ‘리밸런싱(재구조화)’ 작업에 착수한 SK그룹은 회의를 통해 ‘SKMS(SK 경영관리체계)’ 정신 회복을 중점 추진한다. SK그룹은 28~29일 이틀간 경기 이천에서 경영전략회의를 연다. 회의에는 최태원 SK회장을 비롯해 최창원 수펙스추구위원회 의장, 최재원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 등 그룹 계열사 CEO가 총출동한다.
SK는 이번 회의에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등 그룹이 당면한 과제에 대한 타개책을 모색한다. 먼저, 중복 투자와 사업 정리를 통해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를 통해 SK 사업 재편의 밑그림이 나올 것이란 분석이다.
그간 SK그룹은 SK바이오팜, SK케미칼, SK팜테코, SK바이오사이언스 등 제약·바이오 계열사들의 협업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계열사간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중복 사업은 통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배터리 사업도 관심이다. SK그룹은 SK온에 조 단위 투자를 이어가고 있으나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배터리 사업 실적 개선과 유동성 확보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전망이다.
또 회의에서 최 회장의 이혼리스크 대응 방안을 다룰 가능성이 제기된다. SK는 그동안 최 회장의 이혼소송에 대해 ‘개인사’라는 입장을 유지해왔으나, 항소심에서 정경유착 등이 인정되며 1조3808억원의 재산분할 판결이 나오자 그룹 차원에서 대응에 나섰다.
한편, LG그룹은 5월 초 2주간 구광모 회장 주재로 전략보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선 LG전자와 LG이노텍의 AI와 전장 사업 점검과 전략 방향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