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시장의 첫 업권법인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된지 딱 1주일이 지났다.
그간 규제 회색지대로 방치돼 있던 업계에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졌다는 것만으로도 업계에서는 희망을 품었다. 비록 투자자 보호에 초점을 맞췄다고는 하지만, 가상자산의 구체적 범위와 정확한 ‘불법행위’ 기준이 생겼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일이었다. 법을 준수하며 사업을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시장의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법 시행 하루만에 벌어진 이벤트는 투자자 보호와는 동떨어진 예치 이자 수수료 경쟁이었다. 시중은행보다 높은 이자를 주겠다는 거래소들의 선언에 금융당국이 일단 저지를 하고 나섰다.
거래소가 직접 이자를 준다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될 건 없다. 일각에서는 이를 유사수신행위라고도 하지만, 금융당국은 그건 또 아니라고 한다. 이용자보호법에서 지급 가능하다 했으니 금지는 아니라는 거다.
금융당국은 불필요한 과열 경쟁으로 시장의 혼란을 초래하는 것을 막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이자 내리는게 보호해 주는거냐”, “국민 돈 버는 꼴을 못 보는 거냐”며 반발도 적지 않다. 거래소들의 ‘이용료’ 지급은 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투자자들에게 처음으로 피부에 와닿는 정책이었지만 정작 당국은 이를 막았다.
이자 지급 해프닝과 상관없이 이용자보호법이라는 규제가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지난 23일 오후 빗썸에 상장된 가상자산 어베일이 1000%나 오른 뒤 다시 제자리걸음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어베일 코인이 빗썸에 상장되기 전날 어베일측은 메인넷 출시라는 ‘호재’를 발표했다. 사실 메인넷 출시는 1000% 상당의 상승을 이끌어낼 만큼의 재료는 아니다. 하지만 상장 이후 가격이 지나치게 상승하며 ‘시세조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설상가상 전일 가상자산 커뮤니티에서는 '한 투자자가 해당 코인을 대량 사들인 뒤 빗썸에서 매도하며 내부 상장정보가 흘러간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도 나왔다. 당국이 ‘이자지급’에 대한 고민으로 거래소들을 휘두르는 사이 시장에서는 진짜 ‘투자자보호’가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법 시행 일주일이 지났지만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는 이처럼 여전히 마켓메이킹(MM)이 횡행하다. 지난주 재판에 넘겨진 300억원대 퀸비코인 사기에 가담한 가상자산 지갑업체 대표는 버젓이 가상자산사업자(VASP) 라이센스를 유지한 채 오늘도 사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투자자 보호라는 판을 깔아준 이상, 규제에 맞춰 하겠다는 이벤트를 굳이 막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시장 투자자들이 진짜 어떤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지를 근본적으로 바라봤으면 한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