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의 차세대 AI칩 ‘블랙웰’의 생산 차질 우려가 해소되면서 국내 메모리 업계 하반기 실적에 청신호가 켜졌다. 

블랙웰에는 5세대 HBM(HBM3E)이 탑재되는데, 일각에서는 생산 일정이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매출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하지만, 젠슨 황 CEO가 직접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두 회사는 변수를 피하게 됐다. AI칩 생산량이 3·4분기 연속으로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만큼 국내 메모리 기업들의 실적 개선세도 가팔라질 전망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 엔비디아
젠슨 황 엔비디아 CEO / 엔비디아

29일 엔비디아는 실적발표를 통해 올해 2분기 매출 300억4000만달러(약 40조1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135억7000만달러) 대비 122.4% 증가한 수치다. 분기 매출 300억달러 돌파는 이번이 처음이다. 3분기 매출은 32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엔비디아는 업계 관심을 모은 ‘블랙웰’ 생산 차질 여부와 관련해 “올해 4분기 양산을 시작한다”며 “생산 수율을 개선하기 위해 블랙웰 GPU의 마스크(미세 전자회로가 그려진 유리판)를 일부 변경했다. 4분기엔 수십억 달러의 블랙웰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블랙웰 생산 지연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내년 1분기까지 미뤄질 것이란 소문에는 단호하게 선을 그은 것이다. 당초 시장에선 블랙웰이 3·4분기부터 출하될 것을 예상했지만, 디자인 결함 문제로 생산 시점이 일부 조정됐다. 

이같은 소식에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는 반색했다. 엔비디아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실적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블랙웰 생산은 HBM3E 매출과 직결돼 한국 기업에는 블랙웰 양산 시점이 중요하다. 블랙웰 GB200엔 기존 AI칩인 H100보다 두 배 가량 많은 16개의 HBM3E가 들어가는데, 이는 기존 HBM보다 가격이 더 높아 큰 수익성이 예상된다. 

가장 큰 수혜는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3E 8단 제품을 가장 먼저 납품하며 사실상 독점에 가깝게 공급하고 있다. 업계에선 연내 블랙웰 양산이 이뤄질 경우 SK하이닉스 전체 D램에서 HBM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올해 두 자릿수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3E 12단 제품을 3분기 중 양산할 예정이며, 6세대 제품(HBM4)은 내년 하반기 출하를 목표로 한다. 

블랙웰뿐 아니라 호퍼 시리즈(H100·H200) 수요가 지속 증가하고 있는 점도 호재다. 해당 제품에는 5~6개의 HBM 들어가는데, 호퍼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HBM 물량도 늘어나 국내 메모리사 수익성이 높아진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호퍼 수요는 여전히 강하고, 블랙웰에 기대가 높다”며 “블랙웰이 출하되고 설치될 때까지 충족해야 할 수요가 많다. 당장 호퍼가 이를 채워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도 연내 HBM3E 품질 검증을 통과할 경우 엔비디아 공급망에 합류해 수익성이 더욱 증대될 전망이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3분기 내 테스트를 완료하고 생산능력을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가 차세대 제품에 대한 출하 시점 변동이 크게 없다고 언급했다”며 “HBM의 타이트한 공급 상황을 감안할 때 국내 생산업체들의 HBM 출하 확대는 기존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양호한 AI 수요에 따른 실적을 기반으로 내년까지 긍정적인 업황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