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10시 30분경 설마 했던 계엄령이 발령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서슬 퍼런 군부독재 시절에나 쓰이던 계엄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뭐지' 싶었다. '지라시'의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진짜였다. 윤 대통령이 직접 대통령실에서 브리핑하는 장면을 유튜브를 통해 확인했다. 연출이라고 믿고 싶었지만 사실이었다.

그렇게 3일 밤부터 4일 새벽까지 긴박하게 흘렀던 '비상계엄 정국'은 6시간 만에 막을 내렸다. 하지만 후폭풍이 거세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계엄령 배후와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리려는 움직임이 발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4일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계엄령 선포는 1980년 전두환 신군부 세력 이후 44년 만이며 대통령 탄핵 정국은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린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8년 만이다. 그야말로 정치 하나가 모든 분야를 다 뒤덮어버렸다.

안 그래도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삐걱대던 한국 경제에 이 같은 정치 상황은 말 그대로 직격탄과 같다. 한국 시장의 불안정성에 외국자본의 투자는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계엄 선포 직후 원·달러 환율이 2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고 주가와 가상자산 가격이 급락한 게 단적인 예다.

재계도 비상이 걸렸다. SK그룹과 LG그룹은 긴급회의를 열고 금융 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해외 고객 문의에 대한 대응 등을 논의했다. 네이버도 안정적인 서비스 운용 차원에서 최수연 대표 주재로 회의를 진행했다.

당장 먹고살기 바쁜 국민은 일단 일상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계엄 선포에 따른 후폭풍으로 인한 불안감은 여전하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민 여러분의 불안이 크실 줄 안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국무위원들과 중지를 모아 국민을 섬기겠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이제 현 정부 인사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국민은 많지 않다.

어쨌든 임기가 2년 반 남은 현직 대통령은 탄핵 대상이 됐고 국내 경제는 그간 쌓아 올린 대내외 신인도가 한순간에 무너졌다. 결국 국민이 최대 피해자로 앞으로를 걱정해야 할 판이 됐다. 계엄은 현 정부의 최후의 카드였겠지만 앞으로 경제 위기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결국 국민이 모든 것을 떠안고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광연 기자 fun3503@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