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를 소집하고 계엄사태로 인한 금융시장 변동성에 대한 대비책 마련을 주문했다.

함용일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회계부문 부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증권사 CEO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스1 
함용일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회계부문 부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증권사 CEO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스1 

5일 금융감독원은 함용일 자본시장·회계 부원장 주재로 국내 36개 증권사 CEO와 긴급현안 간담회를 개최했다.

함 부원장은 “국내 증시의 외국인 자금 유출은 제한적이고 시장이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우리 증권시장의 체력이 주요 선진국 증시와는 달리 그 어느 때보다 약화돼 있다”며 “향후 국내외 추가적인 충격이 가해질 경우 금융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의 전이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증권시장의 안정성 확보를 위한 증권사의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했다. 

함 부원장은 “CEO를 중심으로 유동성, 환율 등 리스크 요인별로 시장 상황 급변 등에 대비한 종합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해달라”며 “금융감독당국과의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해 시장 변동성 대응 역량을 최적화할 수 있게 노력해달라”고 밝혔다. 

또한 증권사에 전사적 차원의 내부통제를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최근 신한투자증권에서는 ETF LP 업무 과정에서 목적에서 벗어난 장내 선물 매매로 1300억원대의 대규모 손실을 냈다.

금감원에 따르면 해당 직원 손실을 감추기 위해 내부 손익을 조작했으며, 회계부서에서도 이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아 작년 실적에 대한 성과금이 부당하게 지급됐다. 

함 부원장은 “이 같은 사고는 본부장, 부서장 등 책임자의 관리감독 태만 또는 위법 행위 가담 등으로 수직적 내부통제가 붕괴한 영향”이라며 “리스크, 준법 등 관리부서가 영업부서의 불법행위를 인지하지 못해 장기간 방치, 확대되는 등 수평적 내부통제도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각 증권사에 내부통제 기능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는지 여부를 CEO 책임하에 정밀진단 하라고 요청했다. 또한 현행 성과보수 체계가 업무 목적과 무관하게 과도한 수익과 리스크를 추구하도록 설계돼 있는지에 대해서도 재점검하라고 당부했다. 

IPO(기업공개) 과정에서도 공모가격 부출리기 중요사실 부실기재, 상장직후 대량매도 등 행위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며 주관사가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최고경영자 중심의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현안사항 발생 시 'CEO 레터'를 통해 신속하게 업계와 공유할 예정이다.  또 내년 검사 업무 시 증권사의 리스크 취약부문에 대한 수직적, 수평적 내부통제의 적정성을 강도 높게 점검할 계획이다.

증권사 CEO들은 “비상 대응 계획에 따라 주식시장 급락, 급격한 자금 인출 등에 대비하겠다”며 “최근 일련의 금융사고와 관련해 증권업계 스스로 위기의식을 갖고 내부통제와 성과 평가 체계를 전사적 차원에서 철저히 점검하겠다”고 전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