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외신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후 6시간만에 해제된 과정을 비중있게 다루면서 이번 사태를 4년 전 미국 의회 폭동과 유사점이 많다고 거론했다.

4일 폭스뉴스와 워싱턴타임스 등 외신은 정치매체 펀치볼 뉴스의 공동창립자 존 브레스나한과 CNN 백악관 출입 기자 MJ리 등이 한국 상황을 다루는 방송에 출연해 1·6 의회 폭동과의 유사점을 거론했다고 보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4일 새벽 계엄군들이 국회 본청 진입을 시도하자 국회 보좌진 등 직원들이 대치하고 있다. /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4일 새벽 계엄군들이 국회 본청 진입을 시도하자 국회 보좌진 등 직원들이 대치하고 있다. / 뉴스1

한국 태생인 리 기자는 트럼프 당선인에 대해 “자신의 적을 쫓는 데 군대를 이용하고 싶다고 말했던 인물”이라며 “계엄 관련 뉴스가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을 몇 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인이 주목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브레스나한도 이에 동의한다며 “위기에 직면한 민주주의의 이런 모습이 사람들이나 민주당 당원들이 트럼프의 복귀를 생각할 때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이어 “럼프 당선인이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무력 사용을 부추겼었다”며 “우리는 이제 1월 6일 폭동 가담자들을 사면하는 것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회 폭동은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패배한 뒤 그의 지지자들이 워싱턴DC 의사당에 난입해 의원들을 위협하고 기물을 파손한 사태를 말한다. 미국 민주주의 역사의 전례 없는 오점으로 여겨지는 이 사태 때문에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퇴임 직전 탄핵 심판대에 오른 데다가 퇴임 후에는 대선결과 뒤집기를 시도한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영국 외신들도 이번 계엄령 선포에 대해 자세히 보도하며 이번 사태로 한국의 민주주의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비상 계엄령 사태가 “한국을 혼란에 빠뜨렸고 윤 대통령의 미래에 의문을 제기했으며 한국 민주주의의 힘을 시험했다”며 “(윤 대통령은) 정권을 살리려고 했지만, 자신의 몰락을 거의 확실하게 만들었다. 스스로 사임하지 않으면 국회가 탄핵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윤 대통령의 ‘단명한’ 계엄령 선포는 바닥난 대중적 인기에 직면한 가운데 실행한 처절한 도박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권위주의 향수에 빠진 윤 대통령은 적어도 한국 정치 진영의 일부가 이에 호응할 것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며 “하지만 여당을 포함한 국회가 만장일치로 그의 선언을 뒤집은 것은 그의 계산이 잘못됐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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