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항공기 착륙 사고로 희생당한 유가족들에 대한 피해보상 절차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해당 여객기의 항공보험 배상책임과 아울러 개별적으로 가입한 여행자보험, 생명·상해보험 등을 파악해 신속히 피해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했다.
30일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간부회의를 개최하고 보험금 지급을 위한 현장 상담 창구를 오늘 중으로 가동하라고 지시했다. 정부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피해 수습·지원 조치를 신속히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금융감독원 ▲삼성화재 등에 상담에 필요한 인력 등을 현장에 파견해 운영해달라는 협조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상담 창구를 통해 유가족들에게 보상절차 및 개별 보험가입 현황 등을 안내할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상절차나 여행자보험, 종신보험 등 개별적으로 가입한 보험이 어떤 게 있는지 모르시는 유가족분들이 계실 것"이라며 "현장 조회 및 상담을 통해 신청분에 대해서는 최우선적으로 지급되도록 관련 기관에 협조를 구했다"고 말했다.
개별적으로 가입한 보험상품에 따라 보상 한도와 조건은 다를 수 있다. 이에 당국은 희생자가 어떤 보험상품에 가입했는지 현장에서 파악해 신속히 보상받을 수 있도록 조치한다는 계획이다. 또 지자체가 운영하는 시민안전보험에서도 '대중교통 이용 중 사망·후유장해'로 보상 받을 수 있는 만큼 관련 안내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사고 여객기가 가입한 항공보험 보상에는 다소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제주항공은 보험사간 논의를 통해 빠른 시일 내 피해보상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제주항공은 이날부터 보험사, 재보험사와 보험금 지급 논의를 시작하고 유가족과도 보상 문제를 협의하기로 했다.
현재 제주항공의 사고 여객기가 가입한 항공보험은 간사사를 맡은 삼성화재가 55%를 ▲KB손해보험(26%) ▲DB손해보험(13%) ▲메리츠화재(3%) ▲하나손해보험(3%) 비중으로 공동 인수한 상태다.
이들 5개 보험사들은 해당 항공보험의 99%를 영국 재보험사 '악사XL'에 출재했다. 항공보험의 경우 단일 사고 규모가 크고 예측하기 어려워 국내 보험사가 고액 보상을 충족하기 어려워서다. 국내 보험사들은 주로 글로벌 재보험사에 보험을 가입해 리스크를 분산하고 있다.
해당 여객기의 배상책임 담보 보상한도는 10억달러(약 1조4720억원), 항공기 자체 손상 보상한도는 3651만 달러(약 537억원)로 알려졌다.
재보험사 악사XL도 협의를 위해 지난 밤 국내 입국했다. 송경훈 제주항공 경영지원본부장은 "어젯밤 영국 재보험사 관계자가 한국에 도착했다"며 "보험사에 재보험이 가입돼있기 때문에 보상과 지원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세부적인 인당 보험금 산정은 가입자의 연령, 직업, 상실 수익액에 달라지지만, 최대 17만 달러(약 2억3000만원)의 보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몬트리올 협약에 따르면 국제항공편에서 사고로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은 승객에게 항공사는 최대 17만달러(약 2억3000만원)까지 보상 책임을 져서다.
유가족은 구체적인 피해액이 산정되기 전이라도 항공사에 신청해 보험금을 선지급 받을 수 있다. 상법에 따르면 승객이 사망한 항공기 사고에서 손해배상청구권자가 배상을 청구하면 항공사는 지체 없이 1인당 1만6000SDR(국제통화기금 특별인출권)인 약 2700만원을 선급금으로 지급하도록 규정돼 있다.
배상책임과 관련한 보험금 지급은 국내 보험사가 선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통상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하면 국내 보험사가 보험금을 선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담보 목록 중 특별한 사안이 없다면 국내 보험사가 선지급한 뒤 재보험사와 협의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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