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의 매각 기대감이 희석되는 분위기다. 우리금융그룹의 내부통제 리스크에 인수 확정이 지연되는 가운데 재무 건전성마저 악화하는 추세다. 낮아진 시장 기대감에 기업가치 제고에 난항을 겪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달 중 발표 예정이던 우리금융 부당대출 조사 결과 발표 일정을 2월로 미뤘다.
조사는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수백억원 부당대출 혐의뿐 아니라 현 경영진까지 연루돼 있다. 결과에 따라 동양생명 인수에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융지주사가 금융사를 자회사로 편입하려면 경영실태평가 전체 5등급 중 2등급 이상이라는 기준을 부합해야 한다. 우리금융 경영실태평가 결과가 3등급 이하로 나오면 동양생명 인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당초 우리금융은 동양생명을 올해 초까지 인수를 완료한다는 계획이었지만, 감독당국 조사로 인해 불투명해졌다.
동양생명 내부 사정도 녹록치 않다. 건전성 관리에 차질을 빚는 모습이다. 보험사 건전성지표로 꼽히는 지급여력비율(K-ICS, 킥스)은 지난해부터 줄곧 하락세다. 2023년말 기준 191%에 달하던 킥스는 지난해 ▲1분기 174.7% ▲2분기 166.2% ▲3분기 160.3%로 내려앉았다. 감독당국 권고치인 150%에 근접한 수치다.
동양생명의 킥스가 지속 하락한 것은 회사가 가용할 수 있는 자본은 줄어들고, 지출해야 하는 돈은 늘어난 영향이다. 지난해말 기준 4조1898억원이던 가용자본은 3조9083억원으로 6.7% 감소했지만, 오히려 요구자본은 2조1668억원에서 2조4383억원으로 12.5% 증가했다.
회사는 가용자본이 줄어든 배경에 대해 2019년 발행했던 2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지난해 1월 조기 상환한 결과라고 답한다. 가용 가능한 자본이 줄어든 데다, 금융당국의 회계 규정 개정에 따라 요구자본이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동양생명은 가용자본을 늘리기 위해 지난해 10월 3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추가 발행했다. 회사가 후순위채를 발행한 건 2019년 이후 5년 만이다.
문제는 지난해 10월 발행한 후순위채로 가용자본을 늘린다 해도 4분기 킥스가 150% 수준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시장은 지난해 연말결산부터 금융당국의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 연착륙 방안'이 적용됨에 따라 4분기 보험업권 킥스가 약 20%포인트 내외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리 인하로 인한 건전성 하락 우려도 제기된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1%포인트 하락할 경우, 생명보험사의 킥스는 25%포인트, 손해보험사는 30%포인트 감소한다.
동양생명은 올해 배당 계획을 확정하지 못했다. 배당을 하기 위해선 킥스가 200%를 상회해야 해서다. 사실상 올해 배당이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주가도 지속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실제 우리금융 인수 소식 등에 힘입어 지난해 7월31일 장중 9440원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8일 4670원까지 내려앉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하 기조와 금융당국 정책에 따라 건전성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보험사들이 많을 것"이라며 "추가 자본확충 없이 배당 여력을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