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계엄과 탄핵정국 장기화로 얼어붙은 내수를 살리기 위한 예산 집행과 금융 지원을 서두르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선 고환율로 인한 비명도 높아지고 있어서다.

지난해 말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하며 긴축 기조를 끝낸 한은이 한 차례 더 금리를 인하해 본격적인 경기 부양에 속도를 낼지, 한 번쯤 쉬어가며 상황을 주시할 지 전문가들의 의견도 갈리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통화정책방향 결정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운용방향을 결정하고 있다./ 한국은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통화정책방향 결정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운용방향을 결정하고 있다./ 한국은행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16일 통화정책방향결정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지난해 10월과 11월에 이어 기준금리를 또 한 차례 인하하면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세 차례 연속 인하가 된다.

깊어지는 경기침체 우려… 3연속 금리인하 가능성

시장에서는 금통위 결정을 예측하느라 분주하다. 당초 얼어붙은 내수 상황을 봤을 때 한은이 지난해에 이어 한 차례 더 추가 인하를 이어갈 것이란 주장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탄탄한 고용 지표와 고환율 상황 등을 이유로 동결을 관측하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금리 인하를 지지하는 측은 한국 경제성장률 둔화에 따른 경기 침체 가능성에 한은이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말 계엄사태 이후 경기 부양에 대한 정부의 노력이 강조돼 온 만큼, 여기에 한은의 통화정책까지 궤를 같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해 12월 물가안정 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 “내년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떨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에 재정을 질적, 양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추경은 여야 합의로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도 금리인하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bp(1bp=0.01%포인트) 내려 연 2.75%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금통위가 국내 성장 동력 약화와 잠재적인 내수 하방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국내 정치 상황뿐 아니라 미국의 통화·무역 정책 관련 불확실성에 대한 경고에도 포워드 가이던스(선제 안내)는 한은이 밝힌 바와 같이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금리 내리면 원화약세 기조 굳어져

동결을 주장하는 측은 무엇보다 1470원 안팎까지 올라간 환율을 우려한다. 여기서 금리를 더 내릴 경우, 환율급등과 함께 물가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 미국과 한국의 금리차가 지금보다 더 벌어지게 되면 원화약세 상황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된다.

고환율이 지속되면 시차를 두고 수입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수입물가가 오르면 소비자물가도 연쇄적으로 오르게 된다. 올해 물가 상승률이 1%대에 그칠 거란 정부 전망이 빗나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부분이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벌써 올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JP모건과 HSBC는 지난해 11월 말 기준 각 1.7%와 1.9%에서 지난해 말 2.0%로 상향조정했다.

미국 고용 지표에 따른 연준의 통화정책 관측도 한은의 금리인하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지난해 12월 미국 고용지표에 따르면 비농업 일자리는 전문가 전망치인 15만5000명을 훌쩍 뛰어넘는 25만6000명이었다. 고용지표가 예상을 뛰어넘는 강세를 보이면서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뒷걸음 치고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주도하는 물가상승이 다른 나라에 그대로 전이되지 않겠지만, 미국의 사정이 통화정책과 외환시장에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사실은 변함 없다”며 “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전망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내수여건 사정도 중요하지만 트럼프 취임 이후 미국 정책기조의 큰 방향이 정리되는 부분도 중요도가 크다”고 덧붙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채권 전문가 60%가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하고 있다. 협회가 진행한 ‘2025년 2월 채권시장지표’에서 설문에 응한 100명 가운데 60%가 동결을 예상했다. 응답자의 40%가 0.25%포인트 인하를 점쳤다. 

다만 조사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인하로 돌아서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금투협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응답자가 더 많았으나, 경기침체 우려로 내수 부양을 위한 1월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예상이 직전 조사 대비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