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일 미국 에너지부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전기차 5종이 미국 정부의 보조급 지급 대상에 올랐다고 발표하며 트럼프 리스크를 피해 가는 듯했다.
하지만 미 에너지부는 불과 20여일 만에 현대차 전기차 3개 모델이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보조금 대상 목록을 수정했다. 배터리 관련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게 이유다.
미국 에너지부는 현대차의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6, 아이오닉 9, 기아 EV6, EV9, 제네시스 GV70 등 총 5종이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 대상에 포함된 건 처음이었다.
하지만 미국 에너지부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보조금 지급 명단을 수정했다. 당초 공개됐던 것과 달리 현대차 ▲아이오닉 5 ▲아이오닉 9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이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기아의 EV6와 EV9은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업계는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가 보조금 지급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세부 지침에는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 중 현지에서 제조 및 조립한 배터리 부품을 사용하지 않으면 보조금 지급을 받을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중국 등 해외우려기관(FEOC)에서 수출·가공·재활용한 핵심 광물을 사용한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역시 마찬가지다.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은 이 같은 이유로 2023년에도 보조금 지금 대상에서 제외된 바 있다.
업계는 현대차가 올해 상반기 IRA 세부 지침 요건을 충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9 등 주요 전기차를 동일하게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전량 생산하고 배터리 공급사인 SK온은 조지아주 공장의 생산 라인 일부를 현대차용으로 전환하는 등 현지화를 추진해 왔기 때문이다.
또 현대차·SK온 합작 공장은 연내 가동을 목표로 건설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하이브리드 등 현지 인기 차종을 늘리며 수요 변화에 유용하게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말부터는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양산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허인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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