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親) 가상자산 대통령’을 자처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이 끝나자 비트코인(BTC)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취임식 전일 최고가를 또다시 경신했으나, 트럼프가 취임사에서 가상자산을 언급하지 않으면서 실망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21일 가상자산 정보 플랫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전일 대비 0.8% 내린 1억 4614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전일 글로벌 거래소 바이낸스 기준 10만 2500달러에서 하루사이 최대 11만달러를 목전에 두기도 했다. 국내 거래소 업비트를 기준으로는 최대 1억6300만원을 기록했으나, 하루사이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모습이다. 

이날 비트코인은 친(親) 가상자산 대통령을 표방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기대감에 급등을 보였다. 그는 앞서 국가 차원에서 가상자산 산업을 육성하고, 행정명령을 통해 비트코인을 매집해 ‘비트코인 전략준비금’을 만들 것이라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가 20일(현지시각) 취임사에서 가상자산을 전혀 언급하지 않으며 시장에는 실망 매물이 쏟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서명한 행정명령에도 비트코인 전략준비금과 관련된 사항은 포함되지 않았다.

아서 헤이즈 비트멕스 공동설립자는 “트럼프가 비트코인 전략 준비자산을 조성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중간선거 전 제한된 기간 동안 정책을 시행해야 하고, 비용과 시간을 들여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더 많은 일들이 있다”고 전했다.   

이날 또한 트럼프는 취임사를 통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가 이끌게 될 미국 정부효율성부서(D.O.G.E)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다만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취임 직후 미국 공익 단체 등 3개 단체가 DOGE에 대해 법적 요건을 어겼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5일간 비트코인 시세.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직전까지 오르다가 이후 상승폭을 모두 반납했다. /구글
최근 5일간 비트코인 시세.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직전까지 오르다가 이후 상승폭을 모두 반납했다. /구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식 전 출시한 밈코인 ‘오피셜 트럼프’와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출시한 ‘멜라니아’ 역시 급락했다. ‘오피셜 트럼프’는 취임식 전 한때 최대 80달러선까지 치솟았으나, 30달러선으로 후퇴했다. ‘멜라니아’ 역시 출시가의 두배인 13달러까지 올랐으나, 취임식 이후 3달러 밑으로 내렸다.

맥신 워터스(Maxine Waters) 미국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은 공식 성명을 통해 “트럼프가 취임 직전 출시한 밈코인 ‘트럼프’는 최악의 가상자산”이라며 “규제당국과 의회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주도할 가상자산 업계의 미래에 우려를 야기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아직 취임 첫날에 불과하며, 향후 트럼프가 가상자산과 관련된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기대감이 꺼지기는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내놓는다. 이날 트럼프 당선인은 차기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으로 가상자산 친화적인 인물 폴 앳킨스를 임명했다. 

이승화 디스프레드 리서치팀장은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 비트코인 전략자산 편입 등을 언급해온 것으로 미뤄봤을 때 미국 기반 가상자산 기업에 대한 지원, 비트코인에 대한 강조를 기대해 볼 수 있다”며 “또한 미국채에 대한 수요처로써 스테이블코인 기업의 중요성이 나날이 확대되는 만큼 스테이블코인 관련산업의 활성화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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