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시민·기업에 차별적 세금을 부과한 국가의 시민·기업을 상대로 미국 세율을 2배 인상하는 것을 추진한다. 차별적 세금인지 여부는 미국 재무장관이 무역대표부(USTR) 등과 협의해 조사한다. 우리나라 IT업계는 이에 관해 셈법이 복잡해진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을 예측하기 어려운데다 USTR이 한국을 고깝게 보고 있다는 점이 이유로 꼽힌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제이미슨 그리어 신임 USTR 대표는 지난해 초 공정거래위원회의 플랫폼 규제를 칼럼을 통해 공개 비판했다. USTR은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통상정책 각서상 중요한 역할을 맡은 기관이다.
미국 우선주의 통상정책 각서는 미국 재무장관이 상무장관, USTR과 협의해 차별적 세금 부과 여부를 조사하도록 규정했다. 만약 해당 각서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서 미국 기업을 차별한다고 선언한다면 미국 내 한인과 한국기업의 세율이 2배로 오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각) 취임 직후부터 미국 우선주의(MAGA, Make America Great Again)에 따라 세계 각국을 관세와 세금을 통해 압박하고 있다. 그는 이미 캐나다와 멕시코는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고 중국에는 2월 1일부터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규제 기조가 강한 유럽연합(EU)을 중국에 이은 다음 관세 부과 타깃으로 찍었다. EU는 애플이 USB-C를 도입하고 제3 앱마켓을 허용하도록 규제한 지역이다. 그는 EU가 미국을 매우 나쁘게 대한다며 관세를 부과하고 방위비를 2%에서 5%로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칼럼에서 한국이 미국 기업은 규제하면서 중국의 빅테크는 규제하지 않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미국 워싱턴DC 소재 싱크탱크 정보기술혁신재단(ITIF)는 한국의 플랫폼 규제법이 미국 정부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ITIF는 미국 디지털 정책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싱크탱크로 꼽힌다.
트럼프 행정부의 연일 이어지는 깜짝 발표에 국내 업계는 숨죽이는 모양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사업 방식에 따라 대응 방안은 다르겠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동향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IT 특성상 한국에서 전 세계로 인터넷을 통해 온라인 서비스를 하는 경우에는 관세나 세금전쟁 여파가 적을 것으로 봤다. 이런 서비스가 아니라 반도체·이차전지처럼 실물 제품을 수출하는 업종에서 관세와 세율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IT라고 해도 실리콘밸리 등 현지에서 사업을 진행하거나 해외지사에 많은 인력을 둔 기업은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익명을 요청한 한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의 계획을 연달아 발표하고 있어 현지 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법인에서 한국 담당자가 전 세계로 서비스하는 사업을 하고 있어서 관세나 세율은 별 영향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22일 양재 엘타워 2025 혁신벤처계 신년인사회 현장에서 만난 성상엽 벤처기업협회장은 “자고 일어나면 트럼프 대통령 관련 새로운 소식이 나와서 어떤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지 연구를 해보려고 한다”며 “관세나 세금을 늘리는 것도 한국 국적 기업 전체일지, 특정 업종일지 어디에 얼마나 적용되는지부터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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