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으로 대내외적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금이나 달러 등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금값이 고공행진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골드바에 이어 실버바까지 품절되는 사태가 발생하고, 급기야 구리로 까지 투자들이 눈을 돌리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최근 골드바 판매를 중단했다. 지난 13일 한국조폐공사가 시중은행들에 골드바 공급을 중단하면서다. 한국조폐공사가 아닌 LS MnM과 계약을 맺고 골드바를 공급받은 신한은행은 판매를 이어갔으나, 역시 지난 19일 물량 부족으로 1kg 미만 골드바 판매를 중단했다.
시중은행들이 최근 판매한 골드바 판매액은 기록적인 수준이다. 공급이 중단된 이달 14일 전까지 국내 5대 시중은행의 골드바 판매액은 406억원으로, 전년 동기 판매액 20억원의 20배에 달하는 규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무역시장에 불확실성이 확대된데 따른 것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세계적으로 늘어나면서 야기된 현상이다. 믿을 만한 금을 비롯해 은, 구리 등 실물 원자재 가격 역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으면서 관련 상품 역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규익 SK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발표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귀금속 가격이 상승했으며, 금 가격은 역사적 신고가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은은 안전자산으로서의 역할과 더불어 전기차 배터리 등에 사용되기 때문에 추후 산업용 수요 역시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을 받고 있다. 금은비(Gold/Silber Ration)는 88대 1로, 과거 평균 수준인 50~60보다 저평가된 수치다. 최근 금값 상승에 기인한 것으로 그만큼 은이 싸다고 여긴 투자자들이 은 매집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은 수요 급증에 실버바 역시 씨가 말랐다. 국민은행은 지난 17일부터,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14일부터 실버바 판매를 중단했다. 시중은행들의 이달 실버바 판매액은 5억 2889만원으로, 전월 동기의 15배를 넘겼다.
구리 역시 주요 원자재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이 높아지고, 광산 공급이 부족해 재고를 확보하고자 하는 수요에 가격이 오르고 있다. 구리 시장은 1분기 말까지 구리에 10% 관세가 부과될 확률을 50%로 보고 있다. 구리 가격은 이달 들어 4% 올랐다.
원자재 현물 외에도 ETF(상장지수펀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원자재에 투자하는 관련 상품 역시 상승세를 보이며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구리에 투자하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구리선물(H)’은 이달들어 12%가량 상승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구리실물’역시 이달 초 대비 최고 14% 상승했다.
메리츠증권은 “관세 부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미국 내 구리 생산업체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며 “미국의 관세 부과가 본격화되기 전에 기업들이 재고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고 이로 인해 글로벌 구리 가격이 당분간 강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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