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에 대해, “직을 걸고 환골탈태하라”는 메시지를 내놓은 뒤 우리금융의 보폭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내부통제 관련 자구책 마련과 사외이사 교체,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 등 이전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려 안간힘이다.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금융연수원에서 열린 사외이사 양성 및 역량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식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오른쪽)과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뉴스1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금융연수원에서 열린 사외이사 양성 및 역량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식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오른쪽)과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뉴스1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팀장급 이상 간부들에게 2주간의 의무휴가를 명령했다. 의무휴가 대상자는 ▲상무 이상 임원 24명 ▲본점 부서장 100여명 ▲본점 관리자급 이상 팀장 260여명 등 총 380여명이다. 상반기 본사 이어 하반기 지점으로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임직원들에게 재충전의 시간을 주겠다는 의도도 있지만 임직원의 내부윤리를 점검, 내부통제를 강화한다는 목적도 있다. 

조병규 전 우리은행장의 뒤를 이어 지난달 취임한 정진완 행장은 “(금융)사고 낸 직원은 동료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온정주의와 연고주의를 철저히 배격해야 한다”고 단호히 말한 바 있다. 

우리금융은 7명의 사외이사 중 4명도 교체한다. 신임 사외이사 중 준법 감시 등 업무를 맡은 내부통제 전문가를 최소 1명 이상 발탁해 윤리경영 강화에 집중한다는 설명이다.

또 실적발표 이후 자산건전성과 주주환원책에 집중하는 모습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에도 나섰다. 호실적에 더해 주주환원율 확대 가능성 등에 힘입어 우리금융은 주요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실적발표 이후 주가가 상승세다. 실적발표 후 21일까지 8% 오른 1만7220원을 기록하고 있다. 

또 최근 슈퍼앱 ‘우리원(WON)뱅킹’ 홍보 모델로 아이돌그룹 아이브의 멤버 장원영을 발탁하는 등 고객 연령층 확대에도 혈안이다. 

지난 19일 열린 은행장 간담회 후 백브리핑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우리금융) 회장과 (우리은행) 행장이 본인들의 직을 걸고 조직의 체질 개선을 위해 환골탈태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이들이 임기를 채워 내부통제 및 부당대출 문제를 책임지라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복현 원장이 최고경영자(CEO)의 임기에 관해 얘기해 온 게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금융권 한 고위 인사는 “금감원장이 제재 수준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사기업 CEO의 임기에 대해 쉽게 언급하는 게 말이 안된다”며 “이복현 원장이 직접 임기를 다 채우라고 말한 만큼, 우리금융은 보험사 인수 등 눈앞에 닥친 중요한 숙제에 집중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경아 기자
kimk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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