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IT서비스 계열사인 삼성SDS가 공공 인공지능(AI) 및 클라우드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임원진 교체를 단행하는 등 80%에 달하는 높은 그룹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외연 확장에 안간힘이다.
27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SDS는 ‘정보 시스템 마스터 플랜(ISMP)’ 수립 사업자로 최종 선정됐다. 내년 본사업 규모가 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등 공공 분야 최대 규모로 꼽히며 업계의 관심이 모였다.
삼성SDS는 소프트웨어진흥법상 대기업 참여 예외 인정(신기술 도입)을 받는 사업을 잇따라 수주하며 공공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195억원 규모의 ‘관세청 전자상거래 통관 플랫폼 구축 사업’을, 이달에는 116억원 규모의 ‘국회 빅데이터 플랫폼(AI 국회) 구축 1단계 사업’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이 같은 행보는 자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등 체질 개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삼성SDS는 그룹사 디지털 사업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대규모기업집단현황 공시)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삼성SDS의 내부거래 매출 비중(전체 매출액 대비 국내 계열사 매출액)은 65.82%로 집계됐다. 국내 매출액만 따로 놓고 보면, 내부거래 비중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21년 76.1% ▲2022년 78.6% ▲2023년 80.2% 수준이다.
삼성SDS 관계자는 “해외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제외하는 데다 경기침체로 IT 투자가 지연돼 기업들이 힘들어해 (관계사 비중이 높다)”며 “관계사 매출 비중을 낮추기 위해, 당장 생성형 AI로의 전환 니즈를 가진 공공 및 금융 등으로 대외사업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SDS는 IT 부문에서의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지난해 말 삼성전자 무선·네트워크 사업부 출신의 이준희 대표를 선임했다. 이준희 대표는 삼성전자에서 ‘갤럭시’ 시리즈의 기술 로드맵 마련을 주도하고 해당 시리즈에 5G 통신망을 도입하는 등 삼성 내부에서 인정받는 리더로 평가받는다.
삼성SDS는 지난주 이호준 부사장을 클라우드사업부장(사내이사)으로 선임하기도 했다. 클라우드 전문가인 이호준 신임 부사장은 글로벌 컨설팅 기업 액센츄어에서 기업의 IT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컨설팅을 맡아온 디지털 전환(DX) 전략가다.
삼성SDS는 이준희 대표와 이호준 부사장 체제를 통해 자사 생성형 AI와 클라우드 사업을 적극 강화하고 DX 경쟁력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최근 이뤄진 임원 인사에서도 AI 전문가들이 주요 승진 대상자가 됐다. 금융권 망분리 규제 완화에 따른 신기술 도입이 확대될 예정인 만큼 삼성SDS는 공공과 금융 모두를 대상으로 AI 플랫폼 구축사업도 확대할 예정이다.
지난달 삼성SDS 컨퍼런스콜에서 이정헌 부사장은 “금융과 공공에서 AI 플랫폼 수요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며 “데이터 분석을 활용한 채널·정보계 사업과 대형은행을 대상으로 생성형 AI 사업을 추진하고 공금융 클라우드 전환 및 운영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경기침체의 여파로 IT 투자 축소가 장기화할 거라는 전망이 나오며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2025년에도 고객사 IT 투자 지연 및 미국의 관세 강화에 따른 물동량 변동 등 대내외 경영환경은 불확실성이 지속될 전망”이라면서도 “기업의 클라우드 및 AI 전환 기조는 유효하며 패브릭스, 브리티 코파일럿, 브리티 오토메이션 등 생성형 AI 서비스 고도화를 통해 시장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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