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증권사들이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순이익이 27% 깎였다. ‘1조 클럽’에 대거 입성한 대형사와 상반된 행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와 이를 대체할 수익원을 찾지 못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11일 IT조선이 5일 금융투자협회 공시를 확인한 결과, 지난해 자기자본 5000억원 이상 2조원 미만인 국내 중소형 증권사 17곳(BNK·DB·IBK·iM·LS·SK·교보·다올·부국·신영·우리·유안타·유진·유화·한양·한화·현대차)의 합계 순이익(별도 기준)은 4003억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5470억원) 대비 26.8% 줄어든 규모다. 2016년(1746억원) 이후 8년 만에 가장 작은 규모다. 지난해 대형사 10곳이 순이익을 4조7067억원에서 5억9436억원으로 26.3% 늘린 것과도 대조적이다.
적자를 기록한 곳도 적지 않다. iM증권이 163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SK증권이 428억원,다올투자증권이 24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현대차증권(363억원)과 부국증권(226억원), LS증권(167억원) 3곳은 순이익이 30~50% 가량 뒷걸음질했다. 나머지 11곳(BNK·DB·IBK·교보·신영·우리·유안타·유진·유화·한양·한화)은 전년 대비 순이익이 늘어났으나 실적 호황을 누렸던 2021년과 비교해서는 대부분 급감했다. 당시 중소형 증권사 17곳의 합계 순이익은 1조6838억원으로 작년보다 4배 이상 컸다.
질적 성장도 더뎠다. 지난해 중소형 증권사 17곳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평균 1.9%에 그쳤다. 1년 전(2.8%)보다 약 1%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자기자본 1000억원을 가지고 고작 19억원 밖에 벌지 못했다는 의미다. 12곳 중 5곳을 빼면 ROE가 5%를 밑돌았다. iM증권·SK증권·다올투자증권은 마이너스였고 BNK투자증권·LS증권·우리투자증권·한화투자증권은 ROE 1%대였다.
중소형사들이 성장 부진 늪에 빠진 것은 부동산 PF 손실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이들 17곳은 지난해 총 3728억원의 충당금을 전입했다. 2021년 513억원이었던 중소형사 충당금 전입액은 2022년 2185억원, 2023년 2686억원 등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부동산 PF를 대체할 주 수익원을 찾지 못하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중소형 증권사 17곳은 부동산 PF 사업 등을 통해 발생하는 채무보증 관련 수수료에서 2022년 총 1조1283억원의 수익을 올렸으나 이듬해 5026억원으로 절반 이상 쪼그라든 뒤 작년에는 4077억원으로 급감했다.
한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자기자본 규모가 크지 않아 모든 사업에 자원을 균형감 있게 투입해 진행하기보다는 부동산 금융 영업 등 잘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했는데 2022년 말 ‘레고랜드 사태’ 이후 시장에 자금 경색이 생기고 부동산 사업장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증권사도 어려움을 겪게 됐다”며 “또 금융감독원에서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기준을 강화하면서 추가적인 충당금을 쌓다 보니 큰 손실이 발생했고 부동산 금융을 제외한 나머지 영역에서 부동산 PF 손실을 커버할 만큼 이익을 내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도 중소형 증권사의 실적 부진은 이어갈 전망이다. 부동산 금융 익스포져(위험노출액) 관리부담이 지속하고 있고 대내외적 경기 불확실성 등으로 실적 가변성이 높다는 점에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기준 중소형사의 부동산 PF 중 중·후순위 비중은 평균 72%로 대형사 평균(39%)을 크게 웃돈다.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 대비 대손충당금도 68%로 대형사(87%)보다 약 20%포인트 낮아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는 상황이다.
윤소정 한신평 수석연구원은 “부동산 경기 둔화가 지속되면서 부동산 PF 관련 대손 및 정리 부담의 차이가 실적 회복에 계속 부담을 주고 있다”며 “중소형사의 경우 PF 시장 둔화 이후 이를 대체할 수익원을 확보하는 것이 마땅치 않은 가운데 부실 PF 사업장에 대한 추가적인 대손비용이 발생하면서 이익창출력이 둔화됐다. 특화된 사업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실적 양극화 기조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윤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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