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에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와 비종투사 간 실적 격차가 커지고 있다. 대형사냐 아니냐를 가르는 기준도 종투사 지정 여부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종투사는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증권사로 폭넓은 금융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2013년 10월 제도가 시작돼 현재까지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메리츠증권,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대신증권 등이 이름을 올렸다. 

1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전날 기준 대형 증권사 10곳(미래에셋·한국투자·NH·삼성·KB·메리츠·하나·신한·키움·대신)의 ELS 등 파생결합증권 발행잔액은 총 67조1223억원으로 증권사 전체(83조2811억원) 80.6%를 차지했다. 2013년 3월 58.2%(39조9642억원)보다 비중이 12년 새 20%포인트 이상 늘어났다. / 조선DB 
1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전날 기준 대형 증권사 10곳(미래에셋·한국투자·NH·삼성·KB·메리츠·하나·신한·키움·대신)의 ELS 등 파생결합증권 발행잔액은 총 67조1223억원으로 증권사 전체(83조2811억원) 80.6%를 차지했다. 2013년 3월 58.2%(39조9642억원)보다 비중이 12년 새 20%포인트 이상 늘어났다. / 조선DB 

종투사로 지정된 대형 증권사의 시장 영향력은 우선 다양한 상품력에서 비롯된다. 1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전날 기준 종투사 10곳의 ELS(주가연계증권) 등 파생결합증권 발행잔액은 총 67조1223억원으로 증권사 전체 규모인 83조2811억원의 80.6%를 차지한다. 2013년 3월 이들 10곳의 파생결합증권 비중이 58.2%(39조9642억원)였던 것을 고려하면 12년 새 20%포인트 이상 늘어난 수치다.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신용공여도 비슷하다. 금융투자협회에 확인한 결과, 전날 기준 종투사 10곳이 보유한 부동산 PF 신용공여 물량은 13조3926억원으로 증권사 전체 물량의 75.3%에 달했다. 2013년 53.7% 정도 였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불었다. 

대형사들의 ELS 발행과 PF 신용공여 규모가 늘어난 것은 종투사 진출 영향이 크다. 종투사의 경우, 대출 등 신용공여 한도가 자기자본의 100%에서 200%로 늘어나고 ELS 등 파생결합증권을 기존보다 많이 발행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종투사로 지정받기 위해 증권사들의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3년 10월 당시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5곳이었던 종투사는 2017년 신한투자증권과 메리츠증권, 2019년 하나증권, 2022년 키움증권, 2024년 대신증권 등이 각각 진출했다. 

효과는 컸다. 2013년 2302억원이었던 이들 대형사 10곳의 합계 영업이익은 작년 말 7조9325억원으로 30배 넘게 늘어났다. 같은 기간 증권업계 전체 순이익 증가 폭이 21배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이들 대형사가 증가세를 주도한 셈이다. 자기자본도 이들 10곳은 2013년 말 23조8217억원으로 전체 58.4%에 그쳤으나 작년 말에는 66조170억원으로 70% 이상을 차지했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에 속한 대형 증권사 자기자본 현황. / IT조선
종합금융투자사업자에 속한 대형 증권사 자기자본 현황. / IT조선

사정이 이렇다보니 다른 중소형사도 종투사 진출에 목을 맨다.

자기자본 기준 업계 11위인 교보증권은 2029년 자기자본 3조원 달성을 목표로 잡았다. 작년 말 1조9876억원으로 목표까지 약 1조원 남았다. 자산관리(WM) 본부와 IPS(Investment Product Service) 본부를 함께 관리·운영하는 WM부문을 신설하고 구조화금융본부와 투자금융본부를 구조화투자금융본부로 통합하는 등 IB 부문을 재편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의 현대차증권도 종투사 진입에 시동을 걸었다. 작년 11월 20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자기자본을 늘렸다. 현재 자기자본이 1조2944억원으로 종투사 요건까지 많이 남았으나 신사업추진단 신설 등 IB·리테일 부문을 중심으로 수익성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 중소 증권사 관계자는 “종투사 도입 후 증권업계 양극화가 심화했는데 종투사가 되면 신용공여 확대 등 여러 가지 사업에 나설 수 있어 수익성 확대 측면에서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중소형사들이 실적 개선을 위해 종투사에 무리하게 진출하기보다는 자체적으로 지닌 전문성이나 비즈니스 등 특화된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성장 둔화 등으로 대형사 내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자본이 부족해도 대형사와 견줄 수 있으려면 증권사 자체 전문성이나 특화된 비즈니스 전략을 활용해 틈새시장에서 고부가가치 수익을 내야 한다”며 “AI를 활용해 자산관리 부문에서 모델을 만들고 IB 부문 M&A 자문도 중소형사들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주문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