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저축은행 부실 관리에 집중한다고 밝힌 가운데 내달 있을 금융당국의 적기시정조치 대상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부실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으면서 자산 10위권 대형 저축은행도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현재 저축은행 건전성 현황을 집중 모니터링해 취약사를 포착 및 관리하고, 필요하면 현장점검과 경영실태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경영정상화를 위해 부동산 PF 경‧공매, 자율 매각 등 부실 자산을 속도감 있게 정리하도록 압박 수위도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는 저축은행 건전성 지표 회복 속도가 더딘데다 올해 금융 시장 환경도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부동산PF 정리가 지체되고 있고 이에 따라 충당금이 늘면서 실적 개선도 요원한 상황이다. 차주 대출 상환능력 악화에 따라 높아진 연체율도 문제다.
실제로 지난해 실적이 발표된 금융지주계 저축은행 6곳은 지난해 1536억원의 적자를 냈다. 2023년에 이어 2년 연속 적자다. 충당금 전입액이 크게 증가한 우리금융저축은행이 859억원의 손실을 기록했고 IBK저축은행이 546억원, 하나저축은행이 322억원, KB저축은행이 114억원 손실로 집계됐다. 신한저축은행(179억원), NH저축은행(126억원)만 흑자를 기록했다.
업계 전체로도 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흑자를 내겠지만 중소형 저축은행의 경우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분기별로 저축은행 경영실태평가를 실시해 자산건전성이 악화하고 자본적정성 관리가 미흡한 저축은행들을 관리해 왔다.
지난해 3월 경영실태평가에선 저축은행 3곳에 대해 최하등급인 4등급을 부과했다. 금융위는 이 결과를 토대로 지난해 12월 말 안국‧라온저축은행에 적기시정조치 중 경영개선권고를 내렸다. 적기시정조치는 금융당국이 부실 금융사에 내리는 강제 조치로, 경영개선권고·경영개선요구·경영개선명령 3단계로 나뉜다. 일단 경영개선권고는 이 중 가장 약한 수위의 조치다.
당시 금융위는 안국·라온저축은행에 대해 “부동산 PF 정상화 과정 등에서 일시적으로 건전성 지표가 악화됨에 따라 금감원이 경영실태평가를 실시했고, 경영개선권고 부과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경영개선권고는 해당 2개 저축은행이 일시적으로 악화한 건전성 지표를 개선할 수 있도록 부실자산의 처분, 자본금의 증액, 이익배당의 제한 등을 권고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6월말 기준 경영실태평가를 진행한 4곳에 대한 결과를 금융위에 넘겼다. 금융위는 이르면 이달 정례회의에서 적기시정조치 부과할지 논의한다. 이어 금감원은 차례로 9월말 기준, 12월말 기준으로 경영실태평가를 진행 중인데 이 중에는 대형 저축은행도 대상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적기시정조치를 받은 저축은행들은 고강도 경영 개선에 나서야 한다.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때 여러 저축은행이 경영실태평가 결과 적기시정조치를 받은 뒤 자구책을 마련하지 못해 시장에서 퇴출당한 전례가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저축은행 사태’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조심스레 진단하고 있다. 건전성 지표가 악화했지만 관리 가능한 수준인 데다 당국의 적기시정조치가 리스크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선제적 성격을 띠고 있어서다.
안국‧라온저축은행과 함께 경영실태평가에서 4등급을 받은 에스앤티저축은행의 경우 자산건전성 지표를 개선하고 충분한 자본여력이 있다고 평가돼 경영개선권고에서 빠진 것도 이 때문이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당국에서도 경영실태평가를 진행하고 적기시정조치를 결정하는 것은 건전성 관리 체계를 유지해 부실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면서 “저축은행들은 당국의 기조에 맞춰 경영 지표 개선 및 리스크 관리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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