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선두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자(CSP)인 아마존웹서비스(AWS)가 한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함기호 AWS 코리아 대표는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기업들의 AI(인공지능) 활용 역량을 향상하기 위해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국가 AI 데이터센터’ 참여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금융권 망 분리 규제 완화에 따라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국내 공공기관 및 금융권에 들어올 수 있는 문이 열렸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말 혁신금융서비스(금융 샌드박스)의 일환으로 금융권 내부망에서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와 생성형 AI 사용을 허용했다. 이를 통해 KB금융지주 등 26개 금융사가 내부 업무용 PC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생성형 AI 기반 솔루션 ‘MS 365 코파일럿’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금융권은 국내 소프트웨어(SW) 및 클라우드 기업들에 큰 손으로 여겨져 왔다. 금융권은 디지털 전환(DX)에 대한 의지가 높은 데다 그동안 망 분리 규제로 글로벌 빅테크 침투가 불가한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국내 굴지의 금융지주들 또한 DX를 주도하겠다고 천명했지만 망 분리 등 인프라 한계로 AI 및 IT 계열사를 통폐합해 왔다. ‘기술 부채(신기술을 외주화하며 생기는 기술 격차)’도 점점 늘어나는 등 외부 IT 기업 의존도도 높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금융권에서도 토종 CSP와 글로벌 CSP의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MS는 지난해 말, 구글은 올해 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로부터 클라우드보안인증제(CSAP) ‘하’ 등급을 획득했다. AWS도 ‘하’ 등급 심사를 기다리고 있으며, 오라클은 ‘상’ 또는 ‘중’ 등급을 목표하고 있다.
글로벌 솔루션 기업 워크데이(Workday) 또한 현재 다수의 국내 금융사와 협력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금융보안원으로부터 CSP 안정성 평가를 통과한 글로벌 기업 스노우플레이크(Snowflake)는 이달 초 국내 금융 고객을 대상으로 사례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본격적으로 국내 금융권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같이 글로벌 기업들이 빠른 속도로 국내에 유입됨에 따라 토종 기업들의 입지가 좁아질 위기에 놓였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의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생성형 AI 수요가 높아지며 오히려 클라우드가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음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AI 패권 전쟁이 격화되며 국가 AI 및 클라우드 경쟁력 확보가 주요 과제가 됐다. 이를 마중물 삼아, 침체한 국내 토종 SW 및 클라우드 업계가 활기를 띨 수 있길 바란다.
김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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