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노동 시장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용보호제도 유연화와 같은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화두로 떠오른 정년 연장 역시 같은 맥락에서 접근하지 않으면 오히려 부작용만 클 것이란 관측이다.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장용성 금통위원이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한국은행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장용성 금통위원이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한국은행

장용성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19일 오전 ‘한국의 생산성이 미국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이유’를 주제로 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생산성이 낮은 것은 인재가 부족해서가 아니다”라며 “자원배분의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OECD에서 발표한 ‘노동 생산성 국제 비교(2023)’ 자료를 보면 1인당 생산성은 미국이 100이라면 한국은 59에 그친다. OECD 국가 평균은 70이다. 한국의 1인당 생선상은 평균치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장 위원은 “미국의 경우 능력 위주의 승진과 인력 배치가 이뤄고지고 연공서열이 아닌 능력에 따라 직위를 오랫동안 유지하기도 하는 반면 한국은 학연과 지연, 혈연, 순환보직제, 연공서열 등에 따르는 경우가 많다”며 “우수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솔팅’이 빠른 속도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공서열제의 피해는 나이 어린 사람에 국한 되는 것이 아니라 동기가 승진하면 옷을 벗는 관행 등 우수한 인재의 ‘연륜’과 ‘경험’을 모두 버리게 돼 결국 조직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이미 정년제를 폐지한 산업군이 많다. 고용 시장에서 나이로 차별하는 것에 대해 헌법 소원이 있었고 대법이 나이 제한(정년)을 위헌이라고 판결해서다. 미국 고용 시장에서 인종, 성별, 나이 등으로 차별할 수 없다는 뜻이다.

다만 기업의 인력 재배치는 고용 노동시장이 유연해야 가능하다고 했다. 미국의 경우 고용시장이 유연한 만큼 기업의 성장도 빠르고 경기 불황 이후 회복도 빠르다는 것이다.

최근 사회 화두로 떠오른 정년 연장 논의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장 위원은 “고용을 보호하는 것이 오히려 고용 창출에 부작용이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논의해야 한다”면서 “그래야 정년 연장과 청년 일자리 창출이 양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임금체계에서 하려면 오히려 안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며 “사회적 합의를 통해 고용 시장의 유연화와 임금 개편 논의가 같이 가야 건강한 방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정규직과 은퇴자 등을 포함해 재고용 선택지를 늘리는 방법도 제시했다. 그는 “기업이 고용 계약기간에 대한 선택지를 늘려서 2년 계약뿐 아니라 ‘2년+2년’ 계약이나 4년 계약 등으로 확대하는 방식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정년이 되면 계약을 다 끝내고 재계약하는 형태로 진행하는데 임금을 적게 받더라도 몇 년 더 일할 수 있으니 근로자에게도 좋고 기업에 부담도 덜 된다는게 장 위원의 설명이다.

한편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해제 이후 강남 일부 지역에서 주택거래량이 늘고 집값 상승이 나타나는 것을 두고 “한은의 금융안정 목표 측면에서 최근 강남3구 거래가 늘고 집값이 오른 부분은 유의하면서 상당히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또 “자본이 생산적인 분야로 가지 않고 부동산쪽으로만 몰리는 것은 장기적으로 좋지 않다”며 “자원배분 측면에서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인하 속도에 있어서는 물가안정 목표를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고려할 것”이라면서 “지금처럼 집값이나 가계부채 우려가 나온다면 지난해처럼 신중하게 고민해야한다”고 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