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후반부로 들어서는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사내이사 ‘단독’ 체제를 유지하면서 내부통제 강화와 조직 혁신·비은행 포트폴리오 완성이라는 과제를 추진한다. 그룹 회장 외에 은행장 등을 사내이사로 선임한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임 회장 단독 체제를 유지하고 있어 향후 지배구조 승계와 책임 분산 등을 위한 변화를 꾀할지 관심이 쏠린다.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오는 26일 열리는 우리금융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추가 선임과 관련한 안건은 상정되지 않았다. 내부통제 강화 등을 이유로 사외이사 7명 가운데 4명이 신규 선임되지만 사내이사는 임종룡 회장 1인 체제가 유지된다.
이는 다른 금융지주사가 1~2명의 사내이사나 기타비상무이사 등을 선임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KB금융의 경우, 이달 열리는 주총에서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된다. 이재근 KB금융지주 부문장이 기타비상무이사에 올라 있었지만 지난해 말 지주 부문장에 선임되며 사임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정상혁 신한은행장이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고 있고 하나금융지주는 이승열 하나금융부회장과 강성묵 하나금융 부회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돼 있다.
우리금융이 임 회장 단독 체계를 유지하는 것은 내부통제에 고삐를 죄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 상황에서 사내이사를 선임해 책임을 분산하는 것보다는 임 회장을 확실한 구심점으로 조직 혁신을 하겠다는 의도다.
조직 내 계파 갈등이 남아 있는 만큼 승계와 연결되는 기타비상무이사나 사내이사 선임을 서두르지 않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
대신 손태승 전 회장의 부당대출 사건에서 보듯, 제왕적 권력 구조’에 대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은 만큼, 회장의 권력을 분산하는 방법 역시 함께 고민 중이다.
임 회장은 자회사 대표이사 선임에만 관여하고 자회사 임원 선임 사전 합의제를 폐지해 자회사 임원 선임 권한을 없앴다. 향후 이사진 재편은 필수적일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투명화와 제왕적 권력 분산 등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이 기조에 발을 맞추기 위해서다.
임 회장 임기는 내년까지다. 지난 2023년 취임 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비은행강화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한 연임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 우리금융이 증권사에 이어 보험사 인수합병(M&A)에 성공한다면 이후 조직 통합과 경영 상태가 본궤도에 오르기까지 이끌 구심점이 필요하다. M&A를 이끌었던 임 회장이 적임자로 평가 받을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단독 사내이사 체제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지만 우리금융의 경우 내부 분위기를 수습하고 내부통제 강화와 M&A를 통한 영업력 제고에 사활을 걸고 있단 점이 타 금융지주와 다르다”며 “이런 상황들이 정리된 이후 사내이사 선임 등의 안건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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