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까다로워지는 미국의 대중 무역제재 상황에 직면한 화웨이가 스마트폰에 이어 PC에서도 자체 운영체제(OS)의 탑재를 본격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화웨이는 향후 PC에서도 이달 만료되는 윈도 라이선스를 연장하지 않고 자체 OS를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차이렌서의 보도에 따르면, 화웨이 핵심 관계자는 “미국 상무부에서 발급한 화웨이의 윈도 사용 라이선스가 만료됐고 연장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화웨이는 향후 자체 운영체제를 탑재한 PC만을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 로고 / 화웨이
화웨이 로고 / 화웨이

화웨이는 이미 지난해부터 PC 제품에 자체 운영체제를 탑재하는 것에 대해 예고한 바 있다. 당시 화웨이는 “윈도 탑재는 현재 판매 중인 PC가 마지막이 될 수 있다”며 “앞으로는 자체 OS인 하모니 OS 사용을 늘려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화웨이는 이미 스마트폰에서부터 자체적인 ‘하모니 OS’를 탑재하며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이와 함께 화웨이는 PC를 위한 하모니 OS에서 ‘딥시크’를 지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트북에 탑재되는 프로세서도 인텔이나 AMD의 중앙처리장치(CPU)가 아닌 화웨이의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제작한 제품을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스마트폰과 노트북 PC가 같은 아키텍처 기반을 사용하면서 ‘하모니 OS’ 역시 스마트폰에서 PC, 전기차 등에 이르는 더 넓은 앱 생태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화웨이가 미국 기업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이미 미국은 지난해 5월 인텔과 퀄컴이 화웨이에 구형 반도체를 판매해 노트북과 스마트폰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던 특별 라이선스를 취소한 바 있다. 이에 PC에 인텔의 프로세서를 사용하기 어렵게 된 화웨이가 자체 기술을 통해 미국의 규제 영향을 벗어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현재 중국 시장에서는 구글의 서비스를 온전히 이용할 수 없고, 이에 중국 내수용 모바일 디바이스에서는 AOSP(Android Open Source Project) 기반으로 구글의 주요 서비스를 제외한 구성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화웨이는 이보다 한 발 더 나아가 아예 자체적인 운영체제 환경으로 생태계를 확보하고자 하는 모습으로 해석된다.

한편, 화웨이는 16:10 화면 비율이 특징인 플립형 폴더블폰 ‘푸라 X’ 스마트폰을 지난 20일(현지시각) 공개했다. 화웨이 ‘기린 9020’ 프로세서와 자체 개발한 ‘하모니 OS 5.0’, ‘하모니 인텔리전스’가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안드로이드와는 전혀 다른 생태계지만 중국 내에서는 주요 서비스의 사용에 불편함이 없다는 평이다.

중국에서 하모니OS의 비중도 빠르게 늘고 있는 모습이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하모니OS는 2024년 4분기 현재 중국 시장 점유율이 19%에 도달했다. 하모니 OS를 사용하는 단말기는 10억개가 넘었고 금융, 교육, 제조업 등 18개 산업에서 2만개의 앱이 등장한 상태로 전해졌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