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딥시크(DeepSeek) R1’ 모델의 등장과 함께 최신 인공지능(AI) 모델들의 경제성 측면에 대한 논란과 대안에 대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13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이를 미국 중심의 기술 생태계를 벗어나는 움직임의 계기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는 모습이다.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 등으로 인해 AI 기술 개발에 필수품으로 여겨지는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수급이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다. 최근 몇 년간 화웨이를 비롯해 중국 내부 업체들은 미국의 제품과 경쟁할 수 있는 대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온 바 있다.
외신은 이러한 움직임의 대표적인 사례로 화웨이를 꼽았다. 화웨이는 ‘어센드(Ascend) 910B’ 칩이 대규모 언어 모델을 훈련하거나 추론에 활용할 때 엔비디아의 A100 대비 더 뛰어난 성능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어센드 910C’는 엔비디아의 H100 GPU에 필적하는 수준의 성능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화웨이 뿐만 아니라 엔플레임(EnFlame), 칭마이크로(Tsingmicro), 무어스레드(Moore Thread) 등의 중국 기반 AI 칩 제조업체들은 딥시크 모델의 발표 후 자사의 칩에서 딥시크 모델을 지원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중국에서는 딥시크 모델이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통신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군에서 활용될 계획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중국에서 만들어진 AI 칩들이 딥시크 등의 모델을 실용적인 성능으로 운영할 수 있다면, 현재 중국이 당면한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 상황을 극복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 나아가, 중국의 AI 칩들과 모델과의 적절한 조합은 엔비디아 등 미국의 제품들과의 격차를 다소 좁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러한 변화가 쉽지 않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엔비디아의 GPU가 상대적으로 성능이 떨어진다 해도, 여전히 가장 매력적인 선택지로 꼽힌다는 것이다. 엔비디아 또한 “딥시크나 다른 추론 모델을 더 유용하게 만드는 데에 엔비디아의 칩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제시한 바 있다.
또 다른 현실적 문제로는 ‘소프트웨어’가 꼽힌다. 지금까지 20년 가까이 이어져온 쿠다(CUDA) 환경은 엔비디아의 중요한 경쟁력으로 꼽힌다. 이에 이전에는 많은 중국의 AI 칩 회사들이 쿠다 환경과의 호환성을 주장했다. 화웨이의 CANN(Compute Architecture for Neural Networks)은 개발자들을 쿠다 환경에서 전환하도록 설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용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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