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그룹 오너 2세 유창수 유진투자증권 대표(부회장)가 연임에 성공하며 ‘20년 경영’ 길을 열었다. 전문경영인 고경모 대표(사장)와 협업하며 실적을 방어한 게 주효했다.
다만 회사가치를 반영하는 주가는 여전히 지지부진이다. 1년 전과 비교해서는 40% 가량 떨어졌고, 첫 취임했던 18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진투자증권은 지난 26일 여의도 본사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유창수 대표와 고경모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 건을 의결했다. 유 대표는 다섯 번째, 고 대표는 두 번째 연임이다. 임기는 3년이다. 두 사람은 2028년까지 대표직을 이어갈 예정이다.
주목받는 것은 유 대표의 장기 집권이다. 유진그룹 창업주 유재필 명예회장의 3남이자 유진기업 2대 주주인 그는 2007년 처음 각자대표로 취임했다. 잠깐 대표직을 내려놓고 부회장을 역임하기도 했지만, 2011년부터는 계속 대표이사직을 수행 중이다. 이번 주총 선임으로 20년 CEO라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증권업계 최장수 CEO라 불릴 법하다.
그간 증권사에서 최장수 CEO로 꼽히던 최희문 전 메리츠증권 대표(13년 7개월)와 김해준 전 교보증권 대표(13년) 재임 기간을 크게 넘어서는 경력이다.
이번 연임의 배경에는 호실적이 있다. 지난해 유진투자증권의 순이익은 496억원으로 전년 대비 61.6%(189억원) 증가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인낸싱(PF)으로 고수익을 창출했던 2021년 907억원에는 여전히 못 미치지만, 뚜렷한 증가세로 반전의 계기를 만들었단 평가다. 자기자본도 별도 기준 9933억원으로 1조원에 거의 근접했다.
다만 경영 성과를 유 대표 몫으로 보기 힘들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유진투자증권은 2020년 5월부터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공동대표인 고경모 대표가 사업 실무 등 경영총괄을, 유 대표는 신사업 추진 등 금융계열 경영 전략을 각각 맡고 있다. 신사업은 아무래도 미래성과와 관련이 높다보니 당장의 실적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평가다.
호실적에도 불구, 회사 가치를 반영하는 주가가 줄곧 하락세인 점은 부담이다. 27일 기준 유진투자증권 주가는 2540원으로 1년 전(4045원) 대비 37.2% 하락했다. 같은 기간 KRX 증권 지수 등락률(9.8%)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등락률 순위로도 증권사 18곳 중 상상인증권에 이어 두 번째로 저조했다.
유 대표가 처음 대표로 나선 2007년 8월 17일 유진투자증권 주가는 2325원이었다. 27일 주가와 비교해 18년 가까이 흘렀음에도 215원 오른 셈이다. 코스피가 59.2%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주주가치 제고에 신경 쓰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주주환원도 미흡했다. 유진투자증권의 올해 배당성향(순이익 대비 배당금총액)은 18.5%에 불과했다. 1년 전(18.0%)보다 고작 0.5%포인트 늘어났다. 올해 현금배당에 나선 상장 증권사 13곳(3월 결산법인, 순손실 기업 제외) 평균 배당성향인 39.9%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지지부진한 주가와 상관없이 유 대표는 매년 10억원 넘는 연봉을 챙겼다. 2014년부터 작년까지 11개년 동안 유 대표가 받은 급여(기본+상여)는 총 172억원으로 평균 16억원이다. 10억원 고정급여에 4억~6억원을 상여금으로 받았다. 유 대표는 이사회 의장이기도 해 본인 연봉 책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할 거로 보인다.
유진투자증권 관계자는 “작년 어려운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실적을 달성함에 따라 회사를 경영할 역량과 자질이 충분하다고 판단돼 사내이사 후보자로 추천됐고 주주총회에서 승인된 것”이라며 경영 성과 몫이 적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최종 의사결정을 고 대표, 유 대표 다 하는 것이기 때문에 누구에게 실적 공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주가 부진에 대해서는 “배당을 확대하는 등 주주가치 제고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주주가치 제고를 변함없는 핵심과제로 삼아 앞으로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윤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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