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재벌 오너들이 또 한 번 풍성한 배당금을 수령할 예정이다. 톱은 단연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 삼성가 오너들도 주주로서 한몫 챙길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에서 오너 상장 금융사(금융지주·증권사·보험사 등) 17곳의 ‘현금·현물배당결정’ 및 ‘최대주주등소유주식변동신고서’ 공시를 확인한 결과, 이들 최대주주 등의 배당금 규모는 총 1조3671억원으로 전년(1조2294억원) 대비 11.2%(1377억원) 크다.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132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948억원,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519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 조선DB
금융감독원에서 오너 상장 금융사(금융지주·증권사·보험사 등) 17곳의 ‘현금·현물배당결정’ 및 ‘최대주주등소유주식변동신고서’ 공시를 확인한 결과, 이들 최대주주 등의 배당금 규모는 총 1조3671억원으로 전년(1조2294억원) 대비 11.2%(1377억원) 크다.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132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948억원,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519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 조선DB

13일 IT조선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상장금융사(금융지주·증권사·보험사 등) 17곳의 배당 및 주주변동 관련 공시를 확인한 결과, 이들 최대주주 등이(친인척·계열사·재단 포함, 친인척 외 회사 임원은 제외) 정기 주주총회 이후 수령할 배당금 규모는 총 1조367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조2294억원 대비 1377억원(11.2%) 늘어난 규모다.

톱은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으로 1320억원을 받는다. 메리츠금융은 주당 135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는데 조 회장은 이 회사 주식 9774만7034주(지분 51.25%)를 보유하고 있다. 조 회장의 장녀인 조효재씨도 16만8130주(0.09%)를 갖고 있어 2억원의 배당을 받는다. 두 사람의 이번 배당금은 총 1322억원으로 전년 2311억원보다 1000억원 가까이 줄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948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재용 회장은 삼성생명(2087만9591주)에서 940억원, 삼성화재(4만4000주)에서 8억원을 받을 예정이다. 1년 전 781억원보다 160억원이 늘었다. 삼성생명이 주당 배당금을 3700원에서 4500원으로 늘렸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여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삼성생명에서 519억원(1152만4174주)의 배당금을 받게 되면서 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삼성생명 주식을 232만주 팔았음에도 주당 배당금이 오르면서 전년의 512억원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동생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도 삼성생명에서 156억원을 받는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이 증권가에서는 가장 많은 배당금을 받게 된다. 김남구 회장은 한국금융지주로부터 459억원(1153만4636주)의 배당금을 받게 된다. 1년 전 306억원에서 150억원 뛰었다. 주당 배당금을 2650원에서 3980원으로 대폭 올렸기 때문이다. 김 회장의 아들인 김동윤 한국투자증권 대리도 13억원(33만6739주)의 배당금을 챙길 전망이다. 

김남호 DB그룹 회장은 보험과 증권 상장사 모두에서 배당금을 받는다. 금액은 435억원이다. 김남호 회장은 DB손해보험(637만9520주)에서 434억원, DB금융투자(39만9468주)에서 1억원을 받는다. 1년 전 339억원보다 100억원 가까이 늘어났다. 두 회사 모두 주당 배당금을 전년보다 1500원과 200원씩 올려 잡았다. 그의 아버지인 김준기 DB그룹 전 회장도 DB손해보험, DB금융투자에서 총 295억원을 받게 된다.

그밖에 ▲김주원 DB그룹 부회장이 DB손해보험에서 152억원(222만9640주)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이 대신증권에서 65억원(542만2216주), ▲장인순 씨(고 원혁희 코리안리 명예회장 부인)와 원종규 코리안리 대표, 원종익 코리안리 회장이 코리안리에서 61억·47억·38억원을 받는다.

상장 금융사 오너일가 2024년도 배당금. / IT조선
상장 금융사 오너일가 2024년도 배당금. / IT조선

오너일가 금융사들이 배당 확대에 나선 것은 호실적의 영향이 크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해 2조3334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는데 이는 전년 2조1254억원 대비 9.8% 늘어난 규모다. 삼성생명도 순이익이 2조2603억원에서 2조337억원으로 11.1% 증가했다. 삼성화재 2조768억원(+14%), DB손해보험 1조8609억원(6.8%), 한국금융지주 1조391억원(47%), 미래에셋증권 9255억원(177%), 키움증권 8349억원(89%) 등을 기록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라 주주환원을 의식할 수 밖에 없는 흐름도 영향을 미쳤다. 현재까지 해당 상장 금융사 17곳 중 8곳(메리츠금융지주·삼성화재·DB손해보험·미래에셋증권·키움증권·대신증권·현대차증권·DB금융투자)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자율공시)을 제출했다. 이들 8개 기업의 현 기준 주가 등락률은 평균 9.2%로 코스피(-4.6%)를 크게 웃돌았다.

다만 일부 기업은 주가와 실적이 부진했음에도 많은 금액을 오너 배당금으로 집행하기도 했다. 배당을 통해 오너들 수입을 늘리거나 오너 2세 승계 자금으로 악용될 수 있는 부분이다.

부국증권은 지난해 전년 572억원보다 46% 줄어든 31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으나 전년과 같은 135억원의 배당금총액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김종건 회장(22억원) 등 오너일가 6명은 49억원의 배당금을 받게 됐다. 주가도 11일 기준 2.7% 오르는 데 그치며 제자리걸음이다. 

유화증권도 11일 기준 주가 상승률이 1.3% 그쳤으나 배당금 대부분을 오너들에게 줄 예정이다. 윤경립 회장 등 오너일가 16명이 받게 될 배당금은 총 48억원으로 배당금총액 99억원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후계자로 꼽히는 윤승현씨는 약 7억원 받는다. 여기에 성보문화재단 등 오너일가 소유로 추정되는 법인·재단을 포함하면 배당금 규모는 63억원으로 늘어난다. 

유진투자증권도 최대주주인 유진기업을 포함해 유창수 유진투자증권 부회장 등 오너일가·계열사가 받게 될 배당금 규모가 31억원에 달한다. 배당금총액 92억원이 3분의 1 이상 차지한다. 유진투자증권 주가는 11일 기준 2590원으로 1년 전 4115원보다 37.1% 떨어진 상태다.

상장 금융사 17곳은 ▲금융지주 2곳(메리츠금융지주·한국금융지주) ▲증권사 10곳(대신증권·부국증권·다올투자증권·유화증권·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키움증권·DB금융투자·유진투자증권·현대차증권) ▲보험사 4곳(DB손해보험·코리안리·삼성생명·삼성화재) ▲카드사 1곳(삼성카드) 등이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