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건강 악화로 혼자서는 일상조차 버거웠어요. 가족도 멀리 있어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없었죠. 그때 ‘긴급돌봄서비스’를 전자바우처로 신청해 도움을 받을 수 있었어요. 힘든 상황 속에서도 누군가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 큰 위로가 됐죠. 요즘엔 QR로도 결제할 수 있어 더 빠르고 간편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요.”
최근 갑자기 발병한 질환으로 돌봄이 필요했던 김모(35세·서울)씨는 ‘긴급돌봄지원사업’을 통해 큰 도움을 받았다. 종이서류로 복잡하게 신청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신청에서 결제, 정산까지 한 번에 가능한 전자바우처 덕분이다.
정부는 2008년 사회서비스의 효율성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전자바우처 시스템’을 도입했다. 기존 종이바우처 방식보다 행정 비용이 대폭 절감되고 사회서비스의 투명성과 편의성을 증대시키기 위해 전 과정을 전산화한 것이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이 함께 운영하는 이 시스템은 현재 약 300만명이 이용하고 있으며 연간 결제액은 6조원에 달한다.
현재 전자바우처는 임신부터 출산, 아동, 청소년, 장애인, 노인까지 생애주기 전반을 아우르는 21개 사업을 포함한다. 대표적으로는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장애인 활동지원, 발달장애인 주간활동, 에너지바우처, 아이돌봄지원 등이 있다. 소득수준과 가구 특성에 따라 지원수준이 다르게 적용되며 이용자의 본인부담금은 소득기준 등에 따라 면제되거나 차등부과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QR과 생체인증 기반 결제 방식이 도입되며 서비스 접근성이 더욱 향상됐다. 긴급돌봄서비스는 실물카드 발급 전이라도 바우처 신청 즉시 앱에서 QR코드를 통해 결제가 가능하고 발달장애인 부모상담 비대면 서비스 이용자의 경우 생체인증(지문, 패턴 등)을 활용한 원격 결제도 가능하다. 카드 발급 지연이나 분실 걱정 없이 서비스 이용이 가능해진 것이다.
한편 부정수급 방지를 위한 인공지능(AI) 기반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Fraud Detection System)도 주목할 만하다. 이용 패턴과 빅데이터를 분석해 이상 결제 징후를 자동 탐지·차단하는 이 시스템은 국민 세금의 낭비를 막는 데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2025년에는 ‘지역이음 바우처’라는 새로운 시범사업도 시행됐다. 이는 중앙정부 중심이었던 사회서비스 전달체계를 각 지자체가 주도할 수 있도록 개방한 플랫폼이다. 의성군은 노인 의료돌봄 통합서비스, 인천 동구는 시각장애인 안마서비스, 제주도는 ‘제주가치통합돌봄사업’을 운영 중이다. 실시간 전산관리 시스템을 통해 수기로 처리되던 바우처 업무의 효율성이 크게 향상됐다.
정영철 한국사회보장정보원 정보이사는 “앞으로는 모든 지자체가 사회서비스 바우처 시스템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성을 강화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디지털 복지체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김광연 기자
fun3503@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