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대통령 선거가 6월 3일 치러지는 가운데 후보별 공약의 핵심으로 인공지능(AI)이 꼽힌다. 여야 주요 후보는 AI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지만 세부 계획은 서로 다르다. AI가 성장동력이라는 점에는 모두 동의했지만 공공이 주도할지, 민간 자율로 육성할지 노선이 갈리는 모양새다. 주요 후보별 AI 공약을 살펴봤다.
100조 단위 투자 공약 대결
후보별 AI 공약 핵심은 AI 비전과 비전 구현을 위한 투자 규모로 분석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김경수·김동연 예비후보는 모두 100조원 규모를 AI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맞서 한동훈 국민의힘 예비후보는 200조원을 내걸었다. 국민의힘의 나경원 예비후보와 김문수 예비후보는 100조원, 홍준표 예비후보는 50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예비후보는 조 단위가 아니라 연구개발에 국내총생산(GDP)의 5%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들은 모두 AI를 미래 성장동력이라고 봤다. 미국과 중국에 이은 AI 세계 3대 강국(G3) 진입도 공통 목표다. 다른 점은 투자 방식이다. 더불어민주당 계열 후보는 공공이 주도하는 AI 투자를 약속했다. 반면 국민의힘 후보들은 AI 인프라는 정부가 주도하더라도 산업 생태계는 시장 중심으로 조성해 민간 투자를 활성화 하는 방향을 추구하는 모양새다.
AI 인재 확보 방안은
AI 인재 확보는 모든 후보가 강조하는 사안이다. 세부적으로는 국내 AI 인재를 양성하는 방안과 양성된 인재가 열악한 국내 처우와 환경으로 인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는 방안 등으로 구분된다.
이재명 후보는 STEM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박사급 인력 확대, 군 복무 면제 확대 등을 통해 전문 인력을 수혈하겠다고 밝혔다. STEM 프로그램은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수학(Mathematics)을 통합한 융합 교육 체계를 말한다.
김경수 후보는 국가 특성화 연구중심대학 등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김동연 후보는 글로벌 AI 리더급 핵심 인재를 100명 양성할 계획이다.
한동훈 후보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교육 커리큘럼을 개편해 ‘AI 전사’ 1만명을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후보는 과학기술 인재 100만명 양성에 나선다. 인재 양성 규모는 안철수 후보가 가장 많다.
나경원 후보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환경과 처우를 보장하는 ‘AI코리아 리더스 귀환 프로젝트’를 통해 국내 인재의 해외 유출 방지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홍준표 후보는 AI 반도체 마이스터고를 설립하고 미래인재 대학원을 신설·확대해 실무 중심 인재 양성을 추진한다.
정부 주도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
AI 인프라 투자는 대선 후보 대부분이 정부 주도로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이재명 후보는 5년간 100조원을 투자해 국가 AI데이터 집적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그래픽처리장치(GPU)를 5만개 이상 확보한다. 이 후보는 또 AI 전용 신경망처리장치(NPU) 개발을 지원하고 한국형 챗GPT를 개발해 전국민에게 무상 제공할 계획이다.
김경수 후보는 50조원 규모 국가전략기술기금을 조성하기 위해 증세를 고려하고 있다. 김경수 후보는 이를 통해 5대 첨단기술 분야를 육성할 계획이다. 김동연 후보는 GPU를 100만개 확보가 목표다.
한동훈 후보는 AI에 투자하겠다는 200조원 중 150조원을 데이터센터, 하드웨어, 반도체 등 AI 인프라에 투자한다. 한 후보는 ‘한국의 팔란티어’를 육성하려는 모양새다. 팔란티어는 데이버 분석 기술을 바탕으로 정부와 대기업 고객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회사다.
안철수 후보는 ‘AI 고속도로’를 건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AI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연구개발(R&D) 규모를 GDP 5%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AI, 반도체, 미래 모빌리티, 바이오, K-서비스를 5대 전략산업으로 육성한다.
나경원 후보는 대통령 직속 AI 전담 기구를 운영하며 반도체와 클라우드를 연계한 통합 AI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나 후보는 AI 관련 국가 인프라를 대학, 연구소, 스타트업에 개방에 민간 연구 활성화도 노린다. 홍준표 후보는 AI, 양자, 초전도체 등 첨단 분야에 집중한다. 홍 후보는 정부의 사전승인 없이도 신기술·신산업 진입을 허용하는 신산업 게이트프리 제도 도입을 약속했다.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도 주요 과제다. 안철수 후보는 K-스타트업 펀드를 20조원 규모로 조성하고 글로벌 협력기구를 설립한다. 이재명 후보는 글로벌 AI 투자펀드를 설립하고 AI 특구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AI 특구는 AI 관련 기업이 창업, 실증, 연구개발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 산업 진흥 지대를 말한다. 김경수 후보는 5대 메가시티 중심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한다.
한편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정부 주도의 대규모 AI 투자를 약속한 다른 후보를 비판했다. 이준석 후보는 가장 먼저 국회 원내 정당 중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그는 구체적인 AI 공약을 발표하진 않았지만 다른 예비후보의 발언을 비판하며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
이준석 후보는 TV조선에 출연해 “이재명 대표는 갑자기 100조를 투자하겠다고 하고 한동훈 전 대표는 200조를 이야기했다”며 “경마식으로 공약하는 것도 아니고 이런 식으로는 중국과 과학기술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AI 산업은 민간 투자를 촉진해야 한다고 봤다. 민간 투자 촉진을 위한 환경 조성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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