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개인 체크카드 해외 이용액이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 해외여행 수요 증가와 아울러 여행특화카드 출시에 따른 영향이다. 하나금융이 출시한 트래블로그가 시장 판도를 뒤바꿨다는 평가다.
22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전업카드사 8곳(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비씨카드)의 지난 1분기 개인 체크카드 해외 이용액은 1조5742억원이다. 2024년 1분기 1조608억원 대비 5500억원 이상 증가했다.
이중 절반은 하나카드 이용액이다. 하나카드 가입자들은 지난 1분기에만 7087억원을 해외에서 사용했다. 이어 ▲신한카드 5014억원 ▲국민카드 1959억원 ▲우리카드 1611억원 등 순으로 집계됐다.
트래블카드 시장은 주로 은행과 협업이 용이한 지주계 카드사들이 장악한 상황이다. 2022년 7월 하나금융이 ▲외환수수료 면제 ▲58개 통화 환율 우대 ▲해외 ATM 수수료 면제 등을 제공하는 트래블로그가 인기를 끌자 주요 지주계 카드사도 시장 경쟁에 뛰어들었다.
트래블카드는 자체 수익성은 떨어지지만, 잠재 고객 확보과 데이터 확보 측면에서 미래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상품 개발 및 서비스 확대 등을 꾀할 수 있어 최근 거의 모든 카드사들이 적극 공략에 나섰다.
현재 트래블카드 시장을 주도하는 곳은 하나카드 45%와 신한카드 31.8%다. 전체 개인 체크카드 해외이용금액의 76.8%를 차지하면서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하나카드는 시장 선점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지난 4월 기준 트래블로그 서비스 가입자 800만명을 돌파하면서 27개월 연속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성영수 하나카드 대표도 올해 취임사로 트래블로그 가입자 1000만명 조기 달성 목표를 내걸었다. 그는 "급변하는 경제 환경 속에서 위기를 기회로 바꿔 빠른 성장을 이뤄내겠다"며 "대표 서비스인 트래블로그를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고 (가입자를) 1000만명까지 조기에 달성하겠다"고 했다.
후발주자인 신한카드는 지난해 2월 출시한 ‘쏠트래블’ 카드에 전세계 공항라운지 연 2회 무료 이용이라는 파격적인 혜택을 내걸었다. 기존 공항라운지 무료 이용권은 연회비가 비싼 프리미엄 신용카드에만 제공되는 혜택이었다. 트래블로그가 제공하지 않는 틈새를 노리면서 차별화를 꾀했다.
그러나 국민카드와 우리카드도 각각 트래블러스, 위비트래블 카드를 출시 시점부터 공항라운지 무료 이용혜택을 기본으로 제공하면서 혜택 특장점이 희석됐다.
트래블카드 특화 경쟁은 소비자 유치 차원을 넘어, 핀테크·보험·플랫폼 기업과의 제휴 확장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실제 하나카드는 올해 카카오페이, 하나손해보험 등과 제휴를 통해 수익성 확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기존 신용카드업 진입이 어려운 업체들과의 제휴를 통해 활용도를 높이려는 포석이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해외 체크카드 시장은 은행과 협업을 할 수 있는 지주계 카드사가 이끌고 있는데, 진입 장벽이 낮아 청년층들의 수요가 꾸준하다"며 "미래 수익성 측면에서 메리트가 있어 카드사들이 트래블카드를 출시하려는 수요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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