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망치를 밑돌며 역성장했다. 2년 3개월만에 가장 부진한 성적표로 내수 부진과 함께 수출까지 둔화한 영향이다.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수출 전망이 불확실한데다 내수 역시 회복세가 더딘 상황이어서 올해 연간 성장률도 전망치보다 하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24일 1분기 실질 GDP(속보)가 전기대비 0.2% 감소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에 비해서는 0.1%가 줄었다. 이는 한은이 지난 2월 경제전망 당시 내놓은 수치 0.2%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2분기(-0.2%) 이후 세 분기 만에 다시 역성장을 기록하게 됐다.
1분기엔 민간 소비와 내수, 수출 모두 부진했다. 민간소비는 서비스 소비(오락문화, 의료 등) 부진으로 0.1% 감소했고 정부소비는 건강보험급여비 지출이 줄어 0.1% 감소했다. 건설투자는 건물건설을 중심으로 3.2% 감소했고 설비투자는 기계류(반도체제조용장비 등)가 줄어 2.1% 감소했다.
건설투자는 건물 건설을 중심으로 전기 대비 3.2% 줄었다. 네 분기째 역성장을 이어갔다. 건설투자는 투자심리 회복이 지연된 요인뿐 아니라 착공 위축에 따른 공사실적 부진, 일부 공사 중단, 한파·폭설 등 이례적 요인으로 공사 진척에 문제가 생겨서다.
설비투자 역시 미국 통상정책 불확실성 확대 영향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반도체제조용장비 등 기계류를 중심으로 2.1% 감소했다.
수출은 화학제품, 기계 및 장비 등이 줄어 1.1% 감소했다. HBM 수요 이연 등 일시적 요인이 작용했다. 수입은 에너지류(원유, 천연가스 등)를 중심으로 2.0% 감소했다. 수입은 원유·천연가스 등 에너지류를 중심으로 2.0% 줄었다.
지출 항목별 1분기 성장률 기여도를 보면,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0.6%포인트를 기록했다. 건설투자(-0.4%포인트), 설비투자(-0.2%포인트)를 중심으로 기여도를 끌어내렸다.
순수출(수출-수입) 기여도는 전 분기에 이어 0.3%포인트를 기록했다. 수출이 줄었지만, 수입 감소 폭이 더 컸기 때문이다.
경제주체별로 보면 민간이 GDP 성장에 -0.3%포인트 영향을 줬고, 정부는 투자 중심으로 성장에 0.1%포인트 기여했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당초 1월엔 정치 불확실성 지속과 조업 일수 감소, 폭설 등 기상 여건 악화로 부진했다가 2~3월 경제 심리 개선으로 회복되는 1분기 흐름을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정치 불확실성 정도가 이전 경험에 비해 컸고 그 기간도 매우 길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3월로 오면서 미국 관세정책 예고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이 커졌고 경제심리지수가 3월 재차 하락하는 등 경제 활동이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2분기 전망은 소폭 개선될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이 국장은 “6월 대선에 따라 예산 집행하는 부분이 있어 비영리단체를 중심으로 늘어날 요인이 있다”며 “건설투자는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공공부문 투자가 늘면 투자 부진이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연간 성장률은 당초 한은의 전망치인 1.5%보다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 기관들 역시 우리나라 올해 성장률을 모두 하향 조정하고 나섰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0%까지 낮췄다. 불과 3개월 전 2.0%를 예상했지만 반토막이 났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와 아시아개발은행(ADB)는 1.5%, 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AMRO) 1.6% 등은 우리 경제가 올해 1%중반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JP모건(0.7%), 씨티(0.8%) 등 일부 글로벌 IB(투자은행)들은 0%대 성장률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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