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가 전속 설계사를 대상으로 같은 금융계열사인 삼성카드 회원 모집을 지시하면서 잡음이 일고 있다. 설계사들은 삼성카드 판매 강요가 비정상적이라는 입장인데, 회사는 추가 인센티브 제공을 위한 항목 중 하나라는 입장이다.
19일 삼성화재 전속설계사(RC) 노동조합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 12~13일 조합원 953명을 대상으로 삼성카드 판매강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 결과, "회사가 설계사에게 삼성카드 발급·가동을 강요하고 있다"고 대답한 비중은 전체의 96.6%에 달했다. 그렇지 않다고 답변한 비율은 3.4%에 불과하다.
설계사들은 삼성카드 판매 실적이 영업관리자 평가에 포함돼 사실상 판매를 강요받고 있다고 본다. 영업관리자들이 평가를 높게 받기 위해 설계사들에게 가동목표 달성을 지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보험 상품판매에도 카드 판매 실적이 영향을 준다고 주장했다. 설계사가 장기보험을 판매하면 받는 수당의 기본조건으로 카드발급을 두고 있어 카드판매가 절대적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노조는 카드 지점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회사가 미리 지급했던 지점운영비 일를 회입(회사에 다시 반환)해야한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제기했다. 삼성카드 이익을 위해 설계사가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설문에 응답한 조합원은 "본업으로 인한 스트레스보다 카드 판매로 인한 스트레스가 더 크다"며 "카드를 발급해달라고 고객에게 사정해야하는데, 고객이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른 조합원들도 "비정상적인 변칙 판매", "(카드판매 실적을) 시상에 반영시켜 기본 영업에 방해를 준다" 등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 삼성화재는 카드 판매 실적을 기준으로 직원들 성과를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영업조직에선 카드 판매 실적을 채우기 위해 설계사 명의로 카드를 발급받는 경우도 있다는 후문이다.
현행법상 보험에 카드상품을 끼워 판매하는 행위 자체는 규제 대상이 아니다. 여전법에 따라 보험사는 한 곳의 카드사와 제휴를 통해 영업을 영위할 수 있다. 보험 설계사가 카드모집인을 자격을 취득한 경우 얼마든지 카드 모집이 가능하다.
회사측도 카드판매 평가항목이 설계사들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한 항목이 아닌 추가 인센티브 지급을 위한 개념이라는 입장이다. 보험영업외에도 설계사들이 수당을 더 받아갈 수 있도록 만든 항목이라는 설명이다. 또 카드 지점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지점운영비가 회입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답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카드 판매 실적을 충족하지 않는다고해서 지점운영비를 회입하는건 없다"며 "사업단별로 실적 목표를 자율적으로 정하다보니 일부 부담이 큰 곳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단별 영업 실적 압박에 차이가 있을 경우 개인영업본부 차원에서 문제점을 파악 후 계도하려하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카드 판매는 추가 인센티브를 주는 개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화재는 지난 1분기 기준 전국 34개 사업단과 2만4000여명의 전속 설계사 판매조직을 보유하고 있다. 전국적인 판매망을 확보하고 있어 삼성카드가 얻을 모집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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