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후 자산운용업계 상장지수펀드(ETF) 1위 경쟁에 불이 다시 붙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해외 중심의 공격적 운용으로 일주일간 1조원 이상 순자산을 키우면서 1위 삼성자산운용을 따라잡겠다는 기세다.

전체 자산 규모로 보면 미래에셋이 한 수 위지만, ETF 만큼은 삼성이 살짝 앞선 상황. 이재명 대통령이 증시부양에 힘을 실어주면서 ETF 시장에도 자금이 몰리는 가운데 미래에셋이 삼성을 제치고 ETF마저 석권할지 주목된다.

1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 순자산총액은 11일 기준 68조5418억원으로 일주일 전보다 1조991억원,  삼성자산운용은 일주일 전보다 1조41억원 늘어난 78조9407억원을 기록했다. 각 사 본사 전경. / 각 사
1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 순자산총액은 11일 기준 68조5418억원으로 일주일 전보다 1조991억원,  삼성자산운용은 일주일 전보다 1조41억원 늘어난 78조9407억원을 기록했다. 각 사 본사 전경. / 각 사

1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 순자산총액은 11일 기준 68조5418억원으로 일주일 전보다 1조991억원 늘어났다. 이 기간 국내 ETF 전체 순자산 증감액(2조7487억원)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규모다.

삼성자산운용도 만만치는 않았다. 삼성의 ETF 순자산은 일주일 전보다 1조41억원 늘어난 78조9407억원을 기록했다. 여전히 삼성자산운용이 미래에셋자산운용보다 순자산이 많지만 연초 ‘삼성 독주 체제’였던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수익률 부문에서 미래에셋의 존재감이 컸다. 최근 1주일간(4~11일) ETF 등락률 1위 종목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200에너지화학레버리지’로 23.2% 상승했다. 2‧3위도 ‘TIGER 반도체TOP10레버리지’(22.2%),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레버리지(합성)’(22.1%) 모두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였다. ‘TIGER 200IT레버리지’(20.1%)까지 포함하면 4개 종목이 ETF 수익률 상위 10개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자산운용은 ‘KODEX 반도체레버리지’(21.2%) 1개에 그쳤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최근 ETF 시장에서 탄력을 받는 것은 공격적인 운용 전략이 상승장에서 효과를 극대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국 등 해외지수 비중이 45%가 넘을 정도로 글로벌 시장을 적극 공략하며 수익률을 높이는 전략을 편다. 레버리지 ETF(상승‧하락률 2배 추종)도 18개에 달할 정도로 많다. 반면 삼성자산운용은 40%의 높은 채권 비중과 자산 다각화를 통해 안정적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에 나서는 편이다. 레버리지 ETF는 9개다.

이렇다 보니 새 정부 수혜 업종에 따른 효과도 차이가 났다. 정책 수혜주로 꼽히는 AI, 반도체, 에너지, 증권 등과 관련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TIGER 200에너지화학레버리지 ▲TIGER 반도체TOP10레버리지 ▲TIGER 200IT레버리지 ▲TIGER BBIG레버리지 등 여러 레버리지 ETF를 통해 수익률을 끌어올렸다. 일주일 새 10% 이상 상승한 ETF는 27개로 상당했다.

삼성자산운용의 정책 수혜 레버리지 ETF는 ‘KODEX 반도체레버리지’ 정도였다. 일반 ETF로는 ‘KODEX 증권’, ‘KODEX AI반도체’ 등 일부 있었으나 레버리지효과를 따라가긴 무리였다.

일주일간 삼성자산운용 및 미래에셋자산운용 ETF 순자산 증감액, ETF 수익률 상위 10개 종목 / 윤승준 기자
일주일간 삼성자산운용 및 미래에셋자산운용 ETF 순자산 증감액, ETF 수익률 상위 10개 종목 / 윤승준 기자

해외 증시가 회복세에 접어든 점도 미래에셋에게는 희소식이었다. 미국 주요 주가지수인 S&P500은 트럼프발(發) 관세 리스크 우려 등으로 급락하며 위기를 맞았으나 이달 초 4개월 만에 6000선을 회복하며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중국의 항셍지수도 미‧중 무역 분쟁 우려 등으로 연초 급락했으나 4월 초 저점을 찍고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여러 개의 해외 ETF를 보유 중이다. 일주일간 수익률이 10% 이상을 기록한 ETF만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레버리지(합성)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 ▲TIGER 차이나바이오테크SOLACTIVE ▲TIGER 차이나항셍테크레버리지(합성 H) ▲TIGER TSMC파운드리밸류체인 5개다. 삼성자산운용도 여러 미국‧중국 ETF를 갖췄으나 일주일간 10% 이상 오른 ETF는 ‘KODEX 차이나H레버리지(H)’, ‘KODEX 미국반도체’ 2개였다. 

ETF 점유율 경쟁이 불붙은 가운데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은 이달 말 신규 ETF 출시를 앞두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7일 알리바바, 샤오미, BYD 등 중국 대표 기업을 담은 ‘TIGER차이나글로벌리더스TOP3+’를 상장한다. AI, IT 하드웨어, 전기차 등의 분야에 속한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만큼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자산운용은 24일 투자 손실을 일부 보전해 주는 버퍼형 ETF를 내놓는다. ‘KODEX 미국S&P500버퍼6월액티브’로 만기는 1년이다. 옵션 매매를 통해 하락장에서 손실을 줄여주는 대신 상승 폭에 제한이 있는 상품인 만큼 안정적 투자를 선호하는 이들에게 주목받을 전망이다.

두 운용사는 투자자 관점에서 ETF 경쟁력을 확대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측은 “점유율에 연연하지 않고 투자자들의 안정적인 자산관리 관점에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한 다양한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자산운용 측도 “시장의 변화와 투자자들의 니즈를 면밀히 분석해 이를 바탕으로 경쟁력 있는 ETF 상품을 상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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