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공지능(AI) 선도기업 오픈AI가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제공하던 챗GPT 앤터프라이즈의 요금 체계를 전면 개편했다. 고정된 가격에서 고객이 사용하는 기능과 범위에 따라 요금을 달리하는 ‘크레딧 기반 과금 시스템’으로 전환한 것이다. 생성형 AI 시장이 빠르게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IT 전문매체 더 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 보도에 따르면 오픈AI는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제공하던 챗GPT 앤터프라이즈의 요금 체계를 전면 개편했다. / 오픈AI
IT 전문매체 더 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 보도에 따르면 오픈AI는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제공하던 챗GPT 앤터프라이즈의 요금 체계를 전면 개편했다. / 오픈AI

IT 전문매체 더 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은 19일(현지시각)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오픈AI가 챗GPT 엔터프라이즈 고객들에게 크레딧 단위의 과금 시스템을 도입해 원하는 기능이나 고급 도구에 선택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크레딧 구매량에 따라 전체 사용 단가가 달라지는 구조다. 오픈AI는 최근 일부 고객을 대상으로 챗GPT 구독 상품에 대해 10~20%의 가격 할인을 적용했다. 가격 유연성을 바탕으로 중소기업 등 신규 고객 유입을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번 가격 정책 변화는 단순한 요금 조정이 아니라 AI 산업의 구조적 전환을 시사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크레딧 기반 요금 체계를 통해 ‘사용한 만큼만 지불(pay-as-you-go)’하는 방식으로 전환함으로써 AI를 전사적으로 도입하려는 기업들의 부담을 대폭 낮췄다는 점에서다.

시장에서는 이번 변화가 구글(제미니), 앤트로픽(클로드),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 등 경쟁사에도 가격 정책 조정을 압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오픈AI의 이 같은 변화는 급성장한 수익 기반 덕분이다. 오픈AI에 따르면 이달 기준 자사 제품군(챗GPT, API 등)으로 연간 반복 매출(ARR) 100억달러(약 13조70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기업용 AI 플랫폼 중 단일 기업 기준 최대 매출 규모다. 

특히 챗GPT 엔터프라이즈는 코딩, 문서 요약, 데이터 분석 등 업무 자동화에 강점을 갖춰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세일즈포스 등 업무 툴과 결합해 사용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이번 가격 체계 전환은 단순히 저렴한 요금이 아닌 ‘필요한 기능만 쓰고 효율적으로 연결하라’는 플랫폼 전략 강화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챗GPT는 오픈소스 API, 맞춤형 GPT 개발 도구, 코드 해석기(Code Interpreter) 등 다양한 플러그인을 제공하고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크레딧만 있으면 즉시 확장 가능한 유연한 구조가 매력적이다.

시장에서는 오픈AI가 이제 기술을 파는 회사가 아니라 구독형 AI 플랫폼을 운영하는 글로벌 유틸리티 기업으로 진화하는 중이고 이번 요금 개편이 그 전환점이자 생성형 AI의 본격 상용화 신호라고 보고 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